토종 SW기업 생태계가 무너졌다

한컴발 위기,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에도 불똥..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우리나라 토종 소프트웨어(SW)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글과 컴퓨터발(發) 한국 SW 위기 경보음이 울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기업으로 불리는 한글과컴퓨터(한컴)의 위기는 대한민국 소프트웨어산업의 침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컴은 과거 몇 차례 경영난을 겪기도 했지만 2003년 이후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SW업계의 대표기업으로 위상을 굳혀왔으나 이번에 경영진의 도덕성 위기(횡령)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 위기에 빠졌다. '아래아 한글'로 쌓은 '국민기업' 이미지에도 흠집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국내 SW기업의 위기가 한컴에 국한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용 SW 분야에서 나름대로 토종 제품의 자부심과 위상을 지켜온 티맥스소프트와 핸디소프트 등도 재무상태 등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해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등 SW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이슈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력을 보유한 토종 SW기업들에 닥친 위기가 국내 전체 SW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한컴이 개인용 SW시장에서 MS 등 외산과 경쟁하는 토종기업이라면 기업용 SW시장에서는 티맥스소프트와 핸디소프트가 대한민국 대표주자로 꼽힌다. 핸디소프트는 지난해 대주주가 바뀌면서 기세가 많이 꺾인 상태다. 실버타운, 구리광산 등 SW와 관계없는 사업에 진출하면서 아직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최근 지난해 순손실이 583억4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가 확대됐다고 공시하는 등 재무적 여건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웨어, 기업지식포털(EKP), 업무프로세스관리(BPM) 등의 분야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인 IBM, 오라클 등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SW대표기업의 성적표치고는 초라하기만 하다.티맥스소프트도 지난해부터 불거진 위기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산 운영체제 '티맥스 윈도 9.3' 출시를 계획하고 있지만 '윈도7' 파워가 워낙 막강해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티맥스는 지난해 11월에는 각종 의혹을 규명하고자 SI사업 정리와 조직인력 재배치, 부동산 매각과 투자 유치를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티맥스는 지난해 1500명 수준에서 올해 900명까지 인력을 줄인다는 감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티맥스는 올해 자사의 최대 강점인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솔루션) 등 기업용 SW분야에서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위기설'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티맥스의 경우, 기업용 SW부문에서 오라클 등의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인용 PC 운영체제에 무리하게 도전하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국내 SW기업들이 위기에 처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드웨어(HW) 편중성도 그중 하나다. 국내 IT 총생산액의 73%를 HW가 차지하고 있는 반면 SW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인사용자들이 SW를 '복제해서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도 SW산업의 걸림돌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SW불법복제 침해 건수는 6만7455건이며, 이로 인한 침해 금액은 1140억원에 달한다. SW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불법복제가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국내 대표 SW기업들의 위기는 국내 SW 산업의 경쟁력과 SW인력 양성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소프트웨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대표 SW기업들이 줄줄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SW개발에 뛰어들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대표는 최근 "하드웨어 기반,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혁신적 마인드를 갖춘 소프트웨어 벤처의 생태계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불행히도 소프트웨어 사업의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고 탄식했다. 더 늦기 전에 SW기업 살리기에 눈을 돌려야 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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