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는 여전히 황소가 우위..60일선 안착 중요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곰과 황소의 대결이 이토록 팽팽했던 때가 또 있을까. 2월 들어 상승세 혹은 하락세가 지속된 것이 길어봤자 이틀일 정도로 어느 한 쪽으로 세력이 기울지 않고 있다. 이틀간 하락세를 지속해 곰이 한 발을 치켜들었나 싶다가도 이내 주식시장이 반등에 나서며 황소의 뿔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던 증권가에서도 시합 내내 황소를 응원하던 강세론자들이 은근슬쩍 곰 편으로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반대로 곰이 100% 이긴다던 약세론자들도 곰의 체력이 떨어진게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곰과 황소의 체력을 결정해주는 것은 미 증시의 흐름이다. 연초 이후 이렇다할 모멘텀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증시는 미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웃고 울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증시의 체력이 약하다는 뜻도 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미 증시가 상승세에 본격 진입할 경우 국내증시의 상승탄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지난 밤 뉴욕증시가 1% 가까운 반등에 나섰다. 기대했던대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한마디에 증시가 환호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 경제가 회복 초기에 있는 만큼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전날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이 정책 효과가 제거됐을 때의 경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 가운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버냉키의 발언이 투자심리를 안정시킨 셈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이 증시를 끌어올릴만한 새로운 모멘텀인지 의문이 든다. 버냉키는 저금리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발언을 마치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듯 이미 수차례 반복했고, 투자자들은 이미 귀에 박힌 이 케케묵은 발언에도 여전히 환호한 것. 만일 버냉키가 미 경제에 대해 초기 국면이라고 평가하지 않고, 완연한 회복국면이라고 언급했다면 이것은 악재로 작용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가뜩이나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감이 큰 상황에서 버냉키가 미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면 이 역시 더없는 모멘텀이 됐을 것이고, 어찌보면 이 그림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결국 버냉키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시장은 환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날의 조정이 하락 진입을 위한 조정이 아니라 새로운 상승을 준비하기 위한 숨고르기 과정이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투자자들은 하락이 두려워 멈칫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를 핑계로 내심 더 달리기 위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국내증시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미 증시다. 지난 밤 미 증시의 흐름은 국내증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국내증시는 60일 이동평균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몇차례 회복을 시도했지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만큼 그 저항력이 상당히 강하다. 저항력이 강한 것은 반대로 지지력이 강하다는 뜻도 된다. 60일선 위에 안착했을 때 그 지지력에 대해서도 기대할 만 하다. 곰과 황소의 대결이 팽팽하지만,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에 힌트가 숨어있다. 아직까지는 황소에 대한 힌트가 더 많아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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