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온라인게임 활기 띤 이유

2009년도 한국 온라인게임의 시장 규모는 4조원이 훌쩍 넘었다. 게임 수출은 늘어났고, 게임콘텐츠는 주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게 됐다. 비록 지난해 성장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면서 최근처럼 온라인 게임산업이 주목을 받았던 적도 없는 듯하다. 가히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한국 온라인 게임은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 2005년 이후 200개 이상의 새로운 게임을 탄생시켰다. 플랫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 적게는 1억원부터 400억을 넘는 비용이 들기도 한다. 가끔 기성세대들이 "게임이 뭐 대수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못지않은 블록버스터급 대작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지난 2008년과 2009년 게임업계 키워드가 수출이었다면 올해 게임시장의 최대 키워드는 무엇일까. 게임업계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끼는 올해의 게임업계 주요 키워드는 '웹게임'과 '대작'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상반기에는 웹게임의 부흥이 기대되고 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웹게임에 대한 기대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지난 1997년 '아크메이지'로 웹게임의 시초를 기록한 한국 게임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클라이언트로 실행하는 온라인 게임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개발은 결국 중국과 독일에 웹게임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게임쇼 지스타에서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를 선보인 바 있다.

온라인게임 강국이면서 웹게임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올해 중견 게임사들이 웹게임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은 매우 반가운 뉴스다. 웹게임 부흥은 각 게임업체가 이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측면도 있지만 해외 시장에 보다 쉽고 빠르게 한국의 우수한 게임 개발력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웹게임에 보다 익숙한 해외 사용자들이 많은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발 웹게임이 넘쳐나는 이때 국내 게임업체가 개발하는 웹게임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자체가 애국이 될 수도 있다.게임업계에는 "올해가 대작 풍년"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대작게임들이 쏟아져 나온 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막강한 게임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를 비롯해, 블레이드앤소울(엔씨소프트), 드래곤네스트(넥슨), 테라(NHN), 아키에이지(XL게임즈), 프로젝트E(게임하이) 등 수 백억원의 개발비가 투여된 대작들이 게임사용자뿐 아니라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기대작 '블레이드앤소울'

대박 게임의 탄생은 곧 한국 온라인게임업계의 부흥과도 연관이 있다. 특히 한국 게임 사용자뿐 아니라 전세계 게임 사용자들이 국내 게임업체들이 출시하는 게임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자부심마저 느끼게 한다.혹자는 한국이 정말 온라인게임 강국이냐고 되물을 때가 있다. 세계적인 게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세계 온라인 게임시장의 60%가 넘는 콘텐츠가 모두 한국 업체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온라인게임 강국의 자부심이 저절로 다가올 것이다.네오플의 온라인게임인 '던전 앤 파이터'는 중국에서 월 3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 그것도 불법 콘텐츠가 난무하는 중국에서 이같은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도 북미와 유럽에서 100만장 이상의 패키지를 판매했다. 온라인게임을 쉽게 즐길 수 없는 인프라를 지닌 지역에서, 아직 생소한 온라인게임이 그만큼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게임업계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요즘 게임업계는 올해 쏟아질 대작 중 과연 누가 대박을 터뜨릴 것인 지를 놓고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늘 게임이 하나 출시될 때면 나오는 말이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맛있는 진수성찬이 한 가득 차려진 밥상에 앉아 뚜껑을 열어보는 기분이 드는 한 해다. 과연 게임 사용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진미는 어떤 게임일까.  #윤장열 게임하이 이사는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 태동기부터 게임과 함께 호흡한 게임마케터 1세대다. 지난 1997년 피씨월드 기자로 게임산업에 입문, 이후 리니지와 아이온을 탄생시킨 엔씨소프트에서 본격적으로 게임마케터의 길을 걸었다.윤장열 게임하이 이사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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