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조정 예견..국내증시 추가 상승 어려워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미 증시가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올해 들어 최악의 하락세다. 미 증시의 가파른 급락세를 이끈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규제안 발표였다. 이번 안은 상업은행의 자기자본 투자를 막고, 고객의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만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다시 구분되는 조치이기도 하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선 은행권들이 다시 상업은행, 투자은행으로 구분되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타 은행을 합병한 메리트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밤 미 증시에서는 이들 대형은행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체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규제안의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은행의 자기자본 투자를 막는 것은 각종 투기세력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의 모멘텀 또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주에 이어 은행주도 모멘텀을 잃고, 여기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해진 기술주마저 탄력을 잃는다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위든엔코의 스트레트지스트인 스티븐 골드만은 "한 손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손에서는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은행들의 자기자본 투자를 금지하려는 의도이고, 이로 인해 은행 수익의 타격 및 대출 감소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더 심각한 불확실성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 증시 역시 이같은 불안감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미 달러 지수선물에 대한 비상업적 순매수 계약은 역사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추가적인 달러강세를 예고하고 있는 반면, S&P500 지수선물에 대한 비상업적 순매수 계약에서는 적극적인 매도 포지션이 청산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 주식시장의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증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증시 역시 추가 상승시도가 쉽지 않다는 뜻도 된다. 국내증시의 경우 전날 1720선을 넘어서며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으로 리먼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의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증시는 상당한 선방을 했고, 이로 인한 밸류에이션 부담도 다소 높아진 모습이다. 특히 증시가 오를수록 투신권의 매도세는 더욱 거칠어지는 만큼 추가 상승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투신의 자금원은 주식형 수익증권인데, 이것이 여전히 유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에 주식형 수익증권의 잔고가 고점인 144조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유출되며 약 20조원 가량이 빠져나왔다. 현재와 같은 지수대인 2007년 5월 이후 고점까지 유입됐던 금액이 89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청산 압력이 우위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외적인 요인은 물론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추가 매수에 서두를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본시장부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