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서 골프장이 꽁꽁 얼었다.지난주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시작되면서 이제부터는 언제나 북풍과 폭설이 몰아치는 '겨울골프'다.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기후 여건상 사실 겨울골프는 '무리수'지만 세계적으로 소문난 한국의 극성골퍼들이 어디 그런가. '백구의 향연'은 지구 온난화를 핑계 삼아 올해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골퍼들은 그러나 지금부터는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 골프장은 특히 대부분 산악지형에 위치해 급경사가 많고, 겨울에는 티잉 그라운드에도 인조매트를 깔아놓는다. 이동로나 그늘집 입구 등도 미끄럽다. 골프장들은 그래도 잔디 보호를 이유로 쇠 징 대신 여전히 고무 징 스파이크를 신으라고 고집하고 있다. 골프카를 운행하는 골프장은 더욱 위험하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골퍼가 운전하던 골프카가 연못으로 추락하거나 캐디가 운전하던 골프카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 사례가 빈번하다. 법원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골프장도 책임이 있다며 절반의 보상을 명령했지만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요즈음엔 골프인구가 폭증하면서 초보자들의 필드행이 이어져 타구에 맞는 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초보자들의 경우 사각지대에도 볼을 날리는 신기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갈수록 부지 획보가 어려운 신설골프장들은 또 계단식으로 조성한 곳도 많아 사고 위험이 높다. 머리 위에서 볼이 날아오는, 마치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 같다.대다수 골프장들은 주말이면 진행에 초점을 맞춘 운영으로 안전을 한층 더 위협한다. 보다 많은 팀을 소화하기 위해 '티오프' 간격이 점점 촘촘해지고, 골퍼들은 골프장이 정한 라운드시간을 맞추는데 급급해 진다. 앞 팀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어느새 캐디의 독촉이, 눈물어린 호소가 시작되고 골퍼들의 마음이 급해진다. 심지어는 앞 팀의 플레이어가 샷을 마치자마자 빨리 치라고 아우성이고, 그래서 예전에는 뒤 팀에서 친 볼에 맞아 실명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n분의 1'로 홀별 그린피를 정산하는 골프장도 나와 반갑지만 아직은 폭우나 폭설이 쏟아져도 이상한 그린피 계산방식에 따라 중도에 플레이를 접기가 만만치 않은 골프장이 많다. 골프장은 입지 여건상 구급차를 불러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기본적인 응급구호장비 조차 없다. 정말 뿌리 깊은 '안전사고 불감증'이다. 할 수 없다. 일단은 골퍼들 스스로가 주의하는 수밖에. 지금은 골프스코어 보다 안전과 부상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계절이다.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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