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에르메스의 켈리백
에르메스가 패션 브랜드로서 화려하게 도약하게 된 것은 샤를르 에밀의 아들 에밀 모리스 에르메스가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부터다. 그는 산업화 바람이 불자 세계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느끼고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등에 진출했고 선천적인 사업수완으로 세계 각국의 정ㆍ재계 유명인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한다. 그러던 중 1922년, 여행 스타일에 걸맞는 소품 생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여행용 가방 등 가죽제품을 사업의 구심점으로 삼는다. 여기서 말 안장을 만들 때 사용되는 박음질 법인 '새들 스티칭'을 가방에 적용시키게 되는데 이 같은 대담하고 인상적인 박음선이 고품격 가죽제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에르메스 집안이 대를 거듭하는 가운데 세상도 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주요 교통수단인 동시에 에르메스의 탄생 배경이 됐던 마차가 사라지자 에르메스는 본격적으로 패션 소품에 눈을 돌리게 된다. ◆ 완벽한 장인정신, 그 도도함 = 켈리백과 버킨 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가방들은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다. 대부분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들이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국가에서 제품을 제작하는 데 반해 에르메스는 100% 오직 프랑스에서만 제작, 생산한다. 가죽 가방을 만드는 에르메스의 장인은 '에르메스 가죽장인 학교'에서 3년간 공부하고 졸업 한 뒤, 2년여의 수련기간을 거쳐야만 시판되는 가방을 만들 수 있다. 장인들의 법정 주간 근로 시간이 33시간이고 켈리백 하나를 만드는 데 한 명의 장인이 18시간 동안 메달려야 함을 감안하면,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장인 한 명이 일주일에 두개 이상의 가방을 만들기 힘들다는 계산이 나온다.주력 상품의 형태가 어떻게 변한다고 해도 에르메스는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을 고수하며, 아무리 주문량이 많아도 대량생산은 하지 않는다. 철저히 소량생산을 고집하는 통에 켈리백이나 버킨백 등 인기백을 손에 넣으려면 기본적으로 4, 5년은 기다려야 한다. '내 돈 주고 산다는 데 왜 기다려야 하느냐'고 떼 써 봤자, 에르메스는 프랑스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며 어깨나 한번 으쓱 할 것이다. 이 같은 세련된 도도함은 철저한 장인정신, 그리고 완벽한 품질과 맞물려 명품계의 여왕 자리를 유지하는 원천이 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