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피플&뉴앵글]홍콩에도 없는 '금가루 야경'

테이블처럼 납작하게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의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이 산은 반듯하게 자로 잰 듯, 또는 날렵한 칼로 섬세하게 자른 듯 평평한 모양을 띠고 있다. 탁자처럼 길게 뻗어있는 테이블마운틴 정상(해발 1086m)의 넓이는 좌우로 3km. 축구장 크기가 '가로 120m× 세로 90m' 인 것을 감안하면 국제 규격의 월드컵 경기장 하나를 짓고도 남는다. 정상 곳곳에는 전망대와 산책로, 벤치들도 마련돼 있다. 한켠에는 테이블마운틴에 관한 소개와 명언들이 기록된 '작은 돌판'도 눈에 띈다. 신기한 건 이 높은 곳에 낯선 꽃들과 키 작은 관목 등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귀 동· 식물들이 무리지어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테이블마운틴 정상은 거센 바람으로 유명한데, 이 때문에 정상에서 치마 입은 여자를 구경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케이블카, 360도 회전하며 수직상승 '아찔'= 테이블마운틴 입구에는 정상까지 운행하는 '65인승용 케이블카'가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1929년 처음 설치된 이 케이블카는 천천히 360도 회전을 하며, 거의 수직으로 산 정상까지 올라간다.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가기에 케이프타운을 여러 각도로 조망할 수 있다. 왕복 요금은 한국 돈으로 약 2만원. 결코 싼 가격이 아니지만, 정상까지 펼쳐지는 경치 값으로는 절대 비싸지 않다.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빼어난 경치가 눈앞에 펼쳐진다. 드라마틱한 주변 산세를 비롯해 산 아래 펼쳐진 에메랄드 빛 해안선과 해안 마을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모습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대서양면으로는 ‘캠프 타운(Camp’s Town)’의 아름다운 해변이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가옥들로 가득 찬 케이프타운의 주택가와 다운타운의 마천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오랜 세월 수감됐던 로빈 아일랜드(Robben Island), 테이블 베이(Table Bay) 등도 보인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내 눈이 비디오카메라였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간혹 테이블마운틴 주변으로 구름이 낄 때가 있다. 이런 날 케이프타운 사람들은 산을 가리키며, "식탁 위를 식탁보(table cloth)가 두르고 있다"는 농담도 건넨다. 낮에 보는 전망이 하늘이 준 선물이라면, 밤에 보는 야경은 땅에서 주는 선물에 빗댄다. '금가루(gold powder)'를 뿌려놓은 듯 화려한 모습 때문이다. 밤엔 정상까지는 못 올라가는 탓에 매표소 앞에서 야경을 보는데, 케이프타운 전체가 온통 주황색 불빛으로 수놓은 것 같은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진다. 이곳 사람들은 이 모습을 두고, "마치 땅에 금가루를 뿌린 것 같다"고 표현한다.
◆'테이블마운틴'은 신이 쉬어가던 산(?)= 이 테이블마운틴을 케이프타운 사람들은 등산 코스로도 애용한다. 등산로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되는데, 1시간30분짜리 코스부터 6일짜리 코스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시간30분짜리 '플래터클립 조지 루트(Platterklip Gorge route)'를 선택, 당일코스로 등산을 즐긴다. 간혹 가파른 코스도 있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50분 만에 정상을 찍기도 한다. 한편, 테이블마운틴은 1503년 안토니오 드 살당가(Antonio de saldanga)란 사람이 최초 등반한 뒤 이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그냥 '바다 산(sea mountain)'이라고 불렸다. 산의 모습과 관련해서는 신(神)들이 쉬어가기 위해 산을 깎았다는 전설도 있고, 과거 유럽인들이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흑인 노예를 부려 산을 반듯하게 깎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글= 이정일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한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던 이정일 씨는 1년간 아프리카 짐바브웨 자원봉사를 마친 후 아프리카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다. 상업광고와 영상편집에 관심이 많아 현제 남아공 케이프타운 CPUT(Cape Peninsula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하고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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