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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폭탄 들고 왔냐던 주민들, 이젠 고맙다고" 국내 1호 그린수소 실증 현장 가보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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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 풍력발전 단지서 만든 전기로
물 분해해 그린 수소 생산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서 상용화
제주 2035년까지 그린수소 6만t 생산
연내 수소버스 20대 등 추가 도입

지난 19일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들어서자 커다란 풍력 발전기 여러 대가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돌고 있었다. 제주 관광객들 사이에서 사진 스폿으로 잘 알려진 행원리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이곳에서 운영하는 3.3(MW)급 그린 수소 생산시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왜 폭탄 들고 왔냐던 주민들, 이젠 고맙다고" 국내 1호 그린수소 실증 현장 가보니[르포] 제주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에 설치돼 있는 수소 압축기와 저장탱크. 이곳에서 200바(bar)의 수소가 두 단계에 걸쳐 900바로 압축돼 수소 차량에 충전된다. 사진=강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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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리 그린 수소 생산시설은 인근 행원 풍력발전 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탄소는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그린 수소'라고 불린다.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만드는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별도 포집 공정이 필요하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설비는 국내 기업인 수소에너젠(1MW급 알카라인 방식 2기), 한국가스공사(1MW급 고분자전해질 방식 1기), 두산에너빌리티(0.3MW급 고분자 전해질막 방식 1기)가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하루 최대 1.2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SK E&S와 미국 플러그파워의 합작사인 SK플러그하이버스로부터 고분자 전해질막(PEM) 방식의 수전해 설비를 공급받았다. PEM 설비는 미국 플러그파워의 것을 들여왔다. 두산에너빌리티의 PEM 설비는 국내 기업인 엘켐텍, 선보가 함께 개발한 것이다.


"왜 폭탄 들고 왔냐던 주민들, 이젠 고맙다고" 국내 1호 그린수소 실증 현장 가보니[르포] 제주 함덕 그린수소충전소 현정헌 소장이 수소버스에 수소를 충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이날 가동하지 않고 있던 두산의 PEM 장비와 수소에너젠의 알카라인 장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에너지공사의 강병찬 청정수소운영부장은 "PEM 방식은 알라카인과 비교해 장비 크기가 작아 효율적이지만 비싸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반면, 알카라인 방식은 구조가 단순하고 기술 성숙도가 높아 일장일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수소 생태계에서 한국은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는 앞서 있지만 수소 생산에서는 뒤처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은 실제 운용 경험을 통해 국내 수전해 기술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는 실증 시설이다.


특히 이 시설은 국내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상용화까지 성공한 첫 사례라는 데서 의미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10월23일 이곳에서 만든 그린 수소로 운행하는 수소 버스를 처음 상용 운전했다. 이전에 제주 한라 상명 풍력단지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한 적이 있지만 상용화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왜 폭탄 들고 왔냐던 주민들, 이젠 고맙다고" 국내 1호 그린수소 실증 현장 가보니[르포]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3.3MW급 그린수소 생산 시설의 모습. 사진=강희종기자

실제 행원에서 생산한 그린 수소는 200바(bar·1bar=10만 파스칼)로 압축해 튜브 트레일러에 실려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함덕 그린 수소충전소로 옮겨진다. 함덕 충전소는 지난해 10월 수소 버스 상용 운전과 함께 운영을 시작했다. 함덕에 수소 충전소가 들어선다고 하자 처음엔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설명회 등을 통해 수소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고윤성 미래성장과장은 "버스 노선과 유동 인구 등을 고려해 함덕에 첫 그린 수소 충전소를 건립하게 됐다"며 "처음 주민 설명회를 할 때만 해도 '왜 폭탄을 우리 마을에 들고 오느냐'며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 수소충전소가 들어오며 마을 주변이 정비되고 교통이 개선되면서 관광객이 유입하는 등의 부수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행원에서 튜브 트레일러로 이동한 그린 수소는 함덕에서 900바로 다시 압축한 뒤 수소 버스 등 차량으로 충전한다. 수소 버스 한대당 약 30분, 넥쏘 승용차는 약 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왜 폭탄 들고 왔냐던 주민들, 이젠 고맙다고" 국내 1호 그린수소 실증 현장 가보니[르포]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그린수소 생산시설에 생산된 그린수소가 튜브 트레일러에 압축 저장돼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수소 탱크와 압축기가 설치돼 있는 공간은 3중 4중의 안전장치가 있다. 현정헌 함덕 충전소 소장은 "천장에는 가스감지기, 수소불꽃감지기, 초음파감지기가 설치돼 있어 누수를 즉각 탐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온도가 올라가거나 이상 압력이 감지되면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해 모든 설비를 셧다운할 수 있도록 자동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 5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보다 15년 앞선 것이다. 그린 수소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함께 제주 탄소중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2035년까지 연간 6만t의 그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대부분은 발전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제주에는 현재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이 LNG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우선 수소 혼소(혼합 연소) 발전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소 전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왜 폭탄 들고 왔냐던 주민들, 이젠 고맙다고" 국내 1호 그린수소 실증 현장 가보니[르포] 제주가 올해 도입할 암롤 방식의 현대차의 수소 청소차가 '2024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이 열린 제주컨벤션센터에 전시돼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수소 버스의 경우 현재 제주도에 5대가 운영 중인데 연내 20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제주는 올해 암롤 방식의 수소 청소차도 처음 도입한다. 수소 충전 인프라도 확대한다. 제주도는 하이스원, 천마 컨소시엄 등 민간과 함께 애월, 한림, 화북동에 수소 충전소 3곳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도두동에 이동식 충전소도 운영할 예정이다.


"왜 폭탄 들고 왔냐던 주민들, 이젠 고맙다고" 국내 1호 그린수소 실증 현장 가보니[르포] 제주도가 도입 예정인 이동식 수소 충전소가 '2024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이 열린 제주컨벤션센터에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강희종기자

앞으로 남겨진 과제는 경제성 확보다. 지금은 실증 단계여서 그린 수소충전소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고윤성 과장은 "9월까지 그린 수소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분석해 요금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초기에는 아무래도 정부의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수소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내륙에서 수소 충전요금은 kg당 8800~1만500원 수준이다.




제주=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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