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하 '어릴 적 심장 수술…29년간 목욕탕 간 적없어요'(인터뷰①)

[아시아경제 박건욱 기자]가수 채동하가 새 앨범 '채동하 에세이'로 돌아왔다. SG워너비를 탈퇴한 이후 근 1년 6개월여만이다.오랜만에 돌아온 채동하는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물론 시간의 흐름 탓도 있었지만 과거 그룹 탈퇴라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리라. 채동하는 자신의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한 에세이 형식으로 이번 앨범을 꾸려냈다. 하지만 이는 일부러 글을 쓴 것이 아닌 채동하가 10년 전부터 써오던 일기장에서 발췌를 했다고.에세이에는 그의 어릴 적 이야기는 물론, SG워너비의 리더로서 겪어야 했던 심적 부담감 등 인간 채동하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이번 컴백 앨범 타이틀곡 '어떻게 잊겠습니까'는 이승철이 부른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의 두 번째 버전으로 곡을 만든 히트메이커 작곡가 겸 프로듀서 조영수, 작사가 강은경 콤비가 다시 합심해 선보이는 곡이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그리고…. "어렸을 때 전 흙으로 지어진 집에서 살았어요. 일어나보면 염소가 문의 창호지를 뜯어먹고 있었죠. 안 믿으실 지 모르지만 전부 사실이에요. 주위에 놀 곳이라고는 우물이 있는 공터밖에 없었죠. 얼마 전에 문득 생각나 살던 곳을 찾아가봤더니 우물은 아직까지 있더라고요.(웃음)"어려웠던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채동하는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단다. 최근 TV방송촬영 차 다녀왔던 캄보디아에서 만난 장애우는 채동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그는 이번 앨범에 그의 사진과 당시 느꼈던 심정을 고스란히 담기도 했다. "캄보디아에서 한 장애우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니 20여년 동안 집밖을 나간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줄에 묶인 채 저를 취재진을 노려보는 모습이 안쓰러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자 그도 비로소 경계를 풀고 도움을 청하려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비록 말은 안 통했지만 가슴한구석이 짠해졌죠."이를 계기로 그는 봉사활동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당당히 자신의 인생 한켠에 '봉사'라는 두 글자를 새겼다.그는 또 이번 에세이 앨범에서 남모를 고충도 털어놨다. 바로 어릴 적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경험을 공개한 것. "난 어려서부터 남들과 달랐다. 슈퍼맨, 에스퍼맨, 우주인, 난 이런 거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6살, 작은 몸에 새겨진 수술 자국…슈퍼맨이 되는 순간이었다. 남들처럼 잘 뛰지도, 잘 놀지도 못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등을 토닥이며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나는 긴 숨을 이어갔다.(채동하 에세이 中)""가슴의 흉터때문에 29년간 목욕탕을 가본 적이 없어요. 최근에야 한 숙박업소에서 소원을 풀었죠. 새벽에 목욕탕을 가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때는 이때다 싶어 냉탕에 들어갔다가 온탕에 들어갔다가, 또 냉탕에 들어갔다가….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언제 한번 시간되면 또 가고 싶어요.(웃음)"
◇'채동하 에세이',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하다"요즘은 빠른 템포의 곡들이 주류를 이루잖아요. 하지만 전 그에 따르기 보다는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을 선보이기로 했죠. 트렌드는 자꾸 변하지만 대중들의 '감성'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새로운 음악장르를 시도할까 생각해봤지만 저만이 가진 감성으로 표현하는 곡들을 들려주고 싶었어요."그는 또 오랜만에 컴백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거의 2년만이라고 해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더라"고 전했다. "모든 것이 익숙해요. 다만 대중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은 신경이 쓰이네요. SG워너비 활동 당시에는 많은 분들이 SG워너비 음악만이라는 이유로 좋아해 주셨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웃음)" 채동하는 10장의 앨범을 발매한 베테랑 가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마음에 든 앨범은 이번 앨범이 첨이라고. 앨범의 성공여부는 대중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솔로가수로서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활동을 통해 그동안 저를 얽매어온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채동하는 열심히 하는 가수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진실을 담아 노래할래요"올 가을 밤 채동하의 에세이를 듣고 보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감성을 다시금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박건욱 기자 kun1112@asiae.co.kr사진 박성기 기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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