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요요기공원에서 장이 서는 '프리마켓'의 모습
필자는 가난한 유학생이다. 패션에 관심은 많지만 관심만큼 비싼 옷을 사진 못한다. 그래서 자주 가는 곳이 하라주쿠다. 지갑이 얇팍한 나같은 사람들에겐 백화점이 많은 신주쿠는 그림의 떡일 뿐. 하라주쿠를 자주 애용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라주쿠가 싼티(?) 나는 곳은 아니다. 하라주쿠는 20대 초반의 감각있는 신세대들이 넘쳐나는 일본 패션의 또 하나의 상징이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또래의 젊은이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하라주쿠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최신 패션 아이템을 정말 싼 가격에 뭉탱이로 사들일 수 있는 곳이다. 예컨데 신주쿠에서 1만엔(약 13만원)에 팔리는 옷, 신발 등을 하라주쿠에선 3000~ 4000엔(약 3만9000~ 5만3000원)에 살 수 있다. 하나 가격에 2- 3개를 더 살 수 있는 것이다. 하라주쿠엔 한 켤레에 1000엔(약 1만3000원) 하는 구두도 있다. 이런 저렴한 가격때문에 일본 신세대들 사이에서 히라주쿠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하라주쿠 입구에 들어서 몇 발자국 안가면 우측으로 꺽어 들어가는 골목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 신발, 가방, 악세서리들을 묶어 파는 작은 가게가 있다. 싸고 귀여운 물건들로 넘쳐나는 이 가게에선 가끔 아무도 소화하지 못할 것 같은 옷들도 발견해 감탄을 금지 못할 때도 있다. 이 역시 하라주쿠 쇼핑만이 갖는 재미다.
공주 풍의 옷인 '히메갸르'
특히 '코스프레(유명한 온라인 게임들의 주인공 모습을 살린 복장)'할 수 있는 옷들이 많다. 필자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던 옷은 '히메갸르'라는 공주 옷이다. 이 옷으로 치장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너무 귀여워서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라주쿠 쇼핑의 최대 백미는 '구제숍' 쇼핑이다. 하라주쿠는 한국보다 구제샵이 잘 갖춰져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옷을 구입할수 있다. 필자 역시 이 구제숍들을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한달에 한번 요요기공원에서 장이 서는 '프리마켓'은 압권이다. 워낙 넓어서 한번 다 보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가서 옷을 노리는 게 좋다. 프리마켓은 일반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4시까지 한다. 장이 끝날 때 즈음해서 가면 처음 가격보다 절반 정도 후려친 가격에 옷을 살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입었던 옷이지만 상태 좋은 옷 잘 고르면 새 옷 못지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구제숍인 'G2'는 마치 장난감 상자 안에 들어온 것같은 느낌을 받는 곳이다. 이곳에선 옷뿐만 아니라, 악세서리 구두 등이 모두 50~80년대 빈티지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 라보레이터리(LABORATORY), 버버진(BERBERJIN) 등의 가게도 볼 수 있다. 이 가게는 '세계여행을 하면서 모았던 물건들을 가지고 만든 폐허'를 콘셉트로 꾸며났는데, 내부 인테리어는 한눈에 이 가게의 콘셉트를 알 수 있을 만큼 잘 차려놓았다. 가게 안에선 마치 세계의 존재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가보면 전시된 물건 모두 쓸어 담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히라주쿠는 수많은 브랜드들과 넘쳐나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쇼핑 천국'이다. 히라주쿠에서 쇼핑을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짜릿함'을 느낀다. 일본 신세대들이 '쇼핑하면 하라주쿠'라고 하는 이유 역시 이 같은 '잔 재미'들 때문이 아닐까?글= 강수민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현재 일본에서 어학 중인 강수민 씨는 문화복장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패션과 사진, 음악 등에 관심이 많고, 웹매거진에서 리포터를 했던 경험도 있다. 지금은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온라인뉴스부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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