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살아남은 자에 대한 보상인가. 금융위기 후 ‘승자독식’의 시대가 열렸다. 침체 기간 동안 기업들이 숱하게 쓰러진 반면, 살아남은 기업들은 이들이 남기고 간 몫까지 챙기며 점차 배를 불리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특히 금융업계와 반도체 업계에서 뚜렷하다. ◆ 금융권, 대마불사의 전형 = 금융권에서는 승자독식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올 들어서만 미국 중소형 은행이 100개 가까이 파산한 데 반해 살아남은 대형은행들은 커다란 이익을 올리며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다.3분기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깜작 실적’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실물 경기의 한파에도 주식시장과 자금 시장 등 금융권은 랠리를 펼쳤고 그 결과 3분기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순익은 전년대비 3배, 6배 늘어났다. 이는 올 들어 파산한 은행이 99개에 이른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파산한 은행들은 주로 지역의 중소형 은행들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원리에 따라 재무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미국 내 중소형 은행의 숫자는 총 8176개로 이들이 전체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은행권 부익부 빈익빈은 날로 심화될 전망이다. 금융리서치 업체 포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내 581개의 소형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로 내년까지 파산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자산 규모 기준 상위 19개 은행의 파산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위 100개 은행 가운데에도 5개 은행만이 도산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중소형 은행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한 데 반해 대형은행들은 끄떡없다는 의미다.금융위기가 대형은행들의 입지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크레디트스위스(CS)의 최근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S가 대형은행들의 시장점유율(10월1일 기준)을 4년 전과 비교한 결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CS 등의 점유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씨티그룹, UBS 등은 1~2.5%를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의 점유율은 7%, 10.2%로 4년 전 대비 각각 0.2%포인트, 2%포인트 늘어나 ‘금융위기의 승리자’로 평가됐다. CS측은“ 금융위기가 놀라우리만큼 이들 대형은행들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 D램 대만 탈락, 4개사 독주 = D램 업계는 통폐합 과정에 대만 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려난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엘피다, 마이크론 등 상위 4사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 4개사의 매출 비중은 상반기 기준 86.2%에 달했다.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상반기 전체 D램 시장의 34%, 하이닉스가 21.5%, 엘피다가 15.8%, 마이크론이 14.1%를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극심했던 반도체 수급의 불균형으로 일부 대만 D램사들이 가동을 멈추고 독일 키몬다가 파산에 들어가는 등 업계 재편이 이뤄진 끝에 살아남은 기업들이 달콤한 과실을 수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가격은 파산을 피하기 위한 업체들의 과감한 생산 축소로 안정을 되찾았고, 마이크론의 경우 키몬다 자산의 인수하면서 생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확장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삼성과 마이크론의 활약이 앞으로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한스 모세스만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마이크론은 최적의 순간(sweet spot)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들 업체들이 D램 업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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