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아직 어두운 시장이지만 긍정적인 부분 엿보여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전날 장 마감 후 친한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국내증시에서 한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더니(전날 증시전망 '어둠속의 한줄기 빛' 참조) 왜 코스피만 유독 부진하냐는 '항의' 전화였다.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핑계를 대자면 현재 시장은 여전히 어둡고 사방이 막혀있지만, 어디선가 빛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적어도 칠흑같은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보이기 시작했으니 그렇게 좌절할 필요도, 위축돼있을 필요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먼저 글로벌 증시의 강세 속에서도 코스피 지수가 유독 부진했던 이유는 펀더멘털 측면의 문제도, 수급적인 불안도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투자심리 위축이다. 한 달 만에 처음으로 1600선을 밑돌았던 지난 6일 코스피 지수는 호주 금리인상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날 호주는 상승세로 거래를 마감했고, 미 증시 역시 강세로 마쳤다. 전날 코스피 지수를 하락세로 이끈 것은 미국 무역위원회가 도요타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에 대해 특허 침해 여부를 조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이것이 미국의 자국기업 보호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며 자동차 및 2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도요타는 상승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당사자들은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는데 제 3자인 국내증시가 휘청거린다는 것은 국내증시의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위축된 투자심리를 제외한다면 시장의 분위기에서는 분명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전날 시장의 주도주가 일제히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코스피 지수는 약보합세에 그치며 60일 이동평균선을 지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날 삼성전자(-3.09%)를 비롯해 현대차(-5.29%), 현대모비스(-5.47%), LG화학(-3.29%) 등 소위 '주도주'로 분류된 종목들이 앞서 언급한 도요타 악재로 인해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0.4포인트(-0.03%) 하락에 그쳤다. 주도주가 일제히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종목들이 선방한 덕분이며, 주도주의 급락 여파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도주의 급락에도 시장이 선방했다는 것은 급격한 조정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물론 주도주가 상승세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지수 자체도 탄력있는 상승을 보이기 어려운 만큼 주도주의 흐름이 변수가 될 수 있음은 감안해야 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어닝시즌에 대한 부담감도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먼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어닝시즌에 돌입한 미국의 경우 알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어닝시즌의 포문을 열었다. 예상치 못한 흑자전환을 기록하며 여타 기업들의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국내증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3분기 실적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여타 IT업체에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기업의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높지만,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7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한다 해도 2007년 4분기에 비해서도 54%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마케팅 비용 등이 많이 들어간다는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할 경우 2010년 1분기의 실적은 더욱 기대할 만하고, 실적의 절대 수준 측면에서 본다면 주가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이탈하지 않을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외국인이 9거래일만에 돌아온 것도 긍정적이다. 기관의 매물을 모두 소화해낼 정도의 매수세를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내증시에서 기조적인 매도세는 아니었음을 확인했다는 점은 투자심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장이 여전히 어둡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날은 옵션만기일이며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점 등 변수가 많은 것도 지수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아직 어두운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 것도 기댈 곳이 없던 시장에서 적어도 의지할만한 지푸라기가 생겼으니 미리부터 겁을 먹고 투매에 나설 이유도 없어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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