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신흥국 '경제 파워 시프트'

세계은행, IMF 내 이머징국가들 발언권 강화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24~25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이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끌어낸 유의미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신흥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이다.G20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내 이머징 국가들이 갖는 의결권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G20의 이번 결정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글로벌 경제의 회복과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에 신흥국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G20 정상들은 2011년 1월까지 IMF지분 구조 개혁을 실천하기로 결의하고 지분 가운데 최소한 5%를 신흥경제국에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또 G20은 세계은행에 대해서도 최소 3%의 투표권을 신흥국에 이전하는 방안을 내년 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G20은 성명을 통해 “IMF 지분 배분 문제는 이머징마켓과 개발도상국가들의 강한 성장으로 나타난 세계 경제 질서의 실질적인 변화와 그에 따른 회원국들의 상대적인 변화를 감안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결정에는 특히 독일을 뛰어 넘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측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IMF에서 중국은 3.7%의 투표권을 갖고 있는데 이는 미국(17%)에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중국 경제 규모의 8분의 1에 불과한 사우디아라비아가 3.2%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합리하다는 것이 중국 측의 주장이었다. 현재 IMF 전체 의결권은 개도국과 선진국이 각각 40 대 60의 비율을 이루고 있다. 신흥국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은 글로벌 경제의 컨트롤타워가 G7(선진7개국) 혹은 G8(선진7개국+러시아)에서 G20(중국 등 이머징 국가 포함)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은 국제 사회 권력이 선진국 중심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 G20을 G7, G8을 대체하는 글로벌 경제협의 기구로 격상시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실제로 G8 국가들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인데 반해 G20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한다. G20의 비중은 중국, 인도 등의 고성장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IMF 의결권과 관련된 G20의 이번 결정이 원칙적인 선언에 그쳤을 뿐 구체적인 합의이행에 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지분 이전이 개도국 그룹이 원래 요구하던 7%에 못 미쳐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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