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중동지역 영향력 확대?
중동의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의 20억 달러 규모 무기거래에 조만간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양국간 무기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NCND) 러시아는 머지않아 이 무기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다.러시아 정부의 한 대변인은 "우리는 이러한 방향으로 일하고 있으며, (거래를)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해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가 성사될 것임을 암시했다.사우디 국가안보위원장인 반다르 빈 술탄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는 지난해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국간 군사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반다르 왕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를 만난 후 "사우디는 무기수입 다변화를 항상 추구해 왔다"고 밝혔다.
S-300 러시아제 대공미사일 시스템
그러나 러시아는 사우디보다 훨씬 많은 무기를 이란에 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더 타임즈'는 지난 2007년 러시아는 이란에 핵시설을 보호할 수 있는 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S-300'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지난주 보도했다.이스라엘은 이 대공 미사일 시스템이 예정대로 이란에 제공된다면 이란을 타격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우디도 러시아가 이란과의 거래를 취소한다면 20억 달러 규모의 무기계약은 물론, 상당한 규모의 커미션도 제공할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지고 있다.현재 사우디는 150대의 헬리콥터, 150대의 전차, 250대의 장갑차 등을 구입하려 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이란에 팔려고 하는 것과 유사한 대공 미사일 시스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내년 약 44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을 편성해 놓은 사우디. 그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으로부터 대부분의 군사무기를 수입해 왔던 사우디가 이번 거래로 러시아와 거래를 시작한다는 것은 미국에게는 중동에서 지정학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로 받아들여진다.미국의 보수적 성향 연구기관의 국제문제 전문가 에어리얼 코헨은 "러시아-사우디의 거래는 매우 큰 지정학적 중요성을 갖는다"면서 "사우디가 무기거래처와 함께 전략적 방향성을 서방에서 러시아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발 나아가 "러시아-사우디의 관계진전은 자칫 러시아-OPEC의 관계강화로 이어져 결국 두 나라가 원유생산과 국제유가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며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중동 산유국에서 교두보를 마련, 역내에서 미국을 대신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그는 "오바마 정부가 러시아-사우디간의 거래가 러시아를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사건으로 여기는 것 같다"면서 "오바마 정부가 이 문제로 보다 심각하게 봐야한다"고 경고했다.그러나 러시아가 걸프 산유국들에게 자신들의 무기의 구매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많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거 일부 중동국가들이 구입했던 소련제 무기들의 성능과 기술력에 대해 아직 걸프지역에서는 의구심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두바이의 독립연구기관 걸프리서치센터의 알라니 무스타파 박사는 "러시아가 중동에서 일정정도의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기술과 불안정한 경제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러시아의 능력은 제한적이다"고 평가했다.방위산업 전문매체인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도 "중동지역 국가들이 러시아제 무기에 관심이 적은 것은 1950~60년대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당시 중동 국가들은 러시아제 무기로 미제 무기로 보유한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사우디간의 무기거래가 단순히 지난 반세기 동안 러시아제 무기의 성능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을 이유로 간과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즉 사우디가 러시아 무기를 찾는 데는 보다 심오한 '외교적인 고려'가 이면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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