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기자
(왼쪽부터) 하토야마 유키오, 오자와 이치로, 간 나오토, 오카다 가쓰야, 히라노 히로후미 내정자
(왼쪽부터) 후지이 히로히사, 나오시마 마사유키, 후쿠시마 미즈호, 가메이 시즈카 내정자
◆ 하토야마의 일본, 어떻게 바뀌나 = 하토야마 내각은 탈(脫) 관료의 상징으로 외교안보, 예산편성 등의 기본방침을 결정하는 총리 직속 기구인 국가전략국을 사령탑으로 개혁을 일궈 나아갈 계획이다. 국가전략국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시절 구조개혁의 상징이었던 '경제재정자문회의'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정치주도, 관저주도를 표방하는 하토야마 정권의 중추신경이나 마찬가지. 따라서 자민당 집권 시절 '족의원'과 '가스미가세키', '산업계'로 강하게 연결된 '철의 트라이앵글'이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시말하면 건설업·농업 등 업계 이익단체와 결탁해 돈과 표를 받는 대가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정치인들을 말하는 족의원과 관료, 이들의 자금줄이 되어온 재계와의 연결고리를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 국가전략국, 독재상징으로 변질될 수도 = 한편 새 정부가 국가전략국을 중심으로 총리 권한을 강화하려는 인상이 강하다 보니 정책결정의 투명성 보장과 함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마땅한 일본은행과의 관계에 틈새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행은 일본은행법에서 금융정책의 독립성을 정하고 있는 한편 일본은행 총재는 재무상과 자주 만나 경제 관련 논의를 주고받으며 정책운영에 동참한다. 일본은행은 정치주도색이 강한 민주당이 경기부양책 추진에 따른 국채 매입을 강요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로 긴장하는 분위기다. 거의 제로수준의 금리를 포함해 이례적인 금융완화책 등 모든 카드를 꺼내든 일본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 일각에서는 지난 1일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총재가 하토야마 대표를 찾은 것도 민주당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표명한 반증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국가전략국이 지나친 신비주의를 추구하게 되면 의사공개가 어려워져 자칫 독재라는 인식을 주기 십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가전략국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초보정부' 인식 불식될까 = 이번 선거 결과, 예산안 의결·조약 승인·총리 지명 등에서 우월권을 가진 중의원에서는 초선 의원이 143명(46%)이나 나와 '초보 정부'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외교면 등에서 서투른 정치력으로 일본의 신인도를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계보는 54년 동안 집권해온 자민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자민당을 창당한 조부를 둔 하토야마를 비롯해 자민당에서 탈당한 오자와까지 정치에 능통한 인물이 많아 그리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이다. 젊다는 점도 강점이다. 민주당 의원의 평균연령은 49.4세로, 야권으로 물러난 자민당의 56.6세보다 젊고, 30~40대 의원 수는 자민당보다 무려 17배나 많다. 또한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국가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세운 '마쓰시타 정경학원' 출신, 이른바 '정책통'이 자민당보다 4배 많은 25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뿌리기식' 정치는 그만 '거두기식' 정치를 = '매월 2만6000엔의 아동수당과 고속도로통행료 무료화, 농가 소득 보장' 등 민주당은 선심성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최악의 실업률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175%의 재정적자를 아소 정권에서 물려받은 상황에서 대등한 미·일관계라는 대외정책 변화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은 다소 어불성설로 받아들여진다. 최우선 과제를 서민들에 약속한 피부로 와 닿을 정도의 경기 회복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공약을 실천하려면 16조8000억엔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 모든 것은 국채의 추가 발행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럴 경우 향후 일본의 재정 상태는 장담할 수 없다. 한편 '대등한 미·일 관계'를 강조한 것이 반미로 인식돼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미국과의 관계도 풀어야 하는 등 하토야마호의 출범의 풍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