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우의 경제레터] 정관장의 상대는 노스페이스다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몇 년 전 출판된 유명한 마케팅 책의 제목입니다. 동일 업종은 물론 다른 업종까지도 경쟁 대상으로 고려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 상황을 표현한 말입니다. 나이키는 아시다시피 유명한 운동화 브랜드이고, 닌텐도는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용 게임기입니다.운동화와 게임기가 어떤 이유로 경쟁상대가 된다는 말일까요. 닌텐도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의 바깥 활동이 줄어들고 그것이 곧 운동화 나이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지요.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를 시니어 마켓에 적용하면 '정관장의 상대는 노스페이스다'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을까요. 시니어들은 지금까지 건강식품으로 건강을 관리해왔지만 이제는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전국의 산마다 시니어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나이를 잊은 듯 가파른 암벽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닙니다. 그 모습을 보니 산에 오르면 숫자상의 나이는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지난 토요일엔 관악산 등반을 했습니다. 지인들과 지하철역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곳은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중장년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들은 지치는 기색 없이 5시간의 관악산 산행을 가뿐하게 해냈습니다. 그들은 산행이 골프를 치거나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보다 운동효과도 좋고 무엇보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5시간을 즐길 수 있다며 끊임없이 ‘산행예찬’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지나 산도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등산로를 난이도와 소요시간에 따라 구분하고 이름을 붙인다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색다른 관광 상품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대표적인 게 제주 올레 길입니다. 올레는 특별할 것 없는 길을 따라가며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자신의 발로 제주를 꼼꼼히 살피는 체험형 상품입니다. '놀멍 쉬멍 여유롭게 걷기' 자연과 하나 되는 길이라는 올레 길에 대한 설명처럼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여행인 것이지요. 올레 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 힘입어 지자체들도 올레 길 만들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을 잘 관찰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정관장의 상대는 노스페이스’라는 혁신적인 사고로 접근하면 풍요롭고 시간이 많은 시니어들의 마음과 지갑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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