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종플루 관련주'로 신바람을 탄 회사의 오너ㆍ임원들이 잇따라 주식을 처분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대감에 따른 과도한 상승'이라는 시그널이라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녹십자는 지난 21일 허일섭 부회장이 19일부터 이틀에 걸쳐 총 2만주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허 부회장은 19일 주당 14만3829원, 20일 주당 15만5590원에 녹십자 보통주를 처분했다. 허일섭 부회장은 이 회사 지분 1.98%를 보유, 2.92%의 지분을 가진 형 허영섭 회장과 함께 녹십자를 이끌고 있는 이 회사 오너일가다. 녹십자는 국내 제약 업체 중 유일하게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로 11월 중 첫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기 시작, 지난 5월 평균 9만30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7월 13만원,8월 20만3500원(24일 종가 기준)까지 급상승했다. 허 부회장 외에 녹십자 임원인 박찬국씨, 박용태씨, 계열사 임원인 한상흥씨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녹십자 보통주 3000주, 3050주, 6000주를 내다 팔았다. 녹십자의 계열사인 녹십자생명보험도 지난달 7월22일부터 이번 달 21일까지 총 9차례에 걸쳐 10만5360주의 녹십자 주식을 분할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신종플루 확산으로 정부의 '강제실시권'이 발동되면 신종플루 치료제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일부 업체의 임원들도 차익실현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코스닥 바이오업체 씨티씨바이오의 이정효 상무가 지난 13일 7626주를 처분 단가 9876원에 매도했고 전홍열 이사도 지난 10일 1만주를 주당 9563원에 매도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신종플루 치료제의 원료를 인도 회사로 부터 확보, 식약청에 생물학적 동등성실험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다"며 "신종플루치료제가 필요한 경우 이미 확보된 원료로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완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매수세가 몰리며 지난 6월 평균 9000원이던 씨티씨바이오 주가는 8월1만4300원까지 올라왔다.씨티씨바이오 관계자는 "이정효 상무와 전홍렬 이사의 주식은 2005년 3월에 부여받은 스톡옵션 물량"이라며 "대부분이 신종플루가 이슈화되기 전인 7월말에서 8월초까지 90% 이상 매도됐으나 10%미만의 잔량이 지난 10일과 13일에 처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바이러스제 개발 능력이 있는 업체로 꼽힌 유한양행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최상후 대표는 지난달 16일 처분단가 18만5000원에 보통주 500주를 내다팔았고 17일에는 유한양행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만주를 처분했다. 지난 6월 18만7000원 선에 거래되던 유한양행은 7월 19만5000원까지 올랐다. 8월 들어서는 2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회사 가치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임원들의 경우 차익실현에 적당한 시점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회사 관련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듯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관련주에 대해 투자의견 하향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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