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더라도 아버지 옆에서 쓰러지겠습니다. 죽더라도 아버지 옆에서 죽겠습니다. "22일 저녁 9시 20분께 눈물의 사부곡(思夫曲)이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식빈소에 울려퍼졌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김 전 의원은 아버지의 빈소를 찾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더욱 수척해진 모습의 김 전 의원은 차마 휠체어를 끌 힘도 없는 모습이다. 국회 본관 유가족 대기실에 잠시 들른 김 전 의원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아버지의 영정 앞. 영결식 하루 전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는 상주로서 마지막으로 조문객들을 맞이하겠다며 빈소를 지켰다. 이날 오후 7시 김 전 의원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김 전 대통령의 장례미사에 참석했다. 이내 눈시울을 붉힌 김 전 의원의 얼굴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찬 듯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미사가 끝난 직후 "상주로서 쓰러지더라도 빈소를 지키겠다"며 김 전 의원은 국회의사당 공식빈소로 자리를 옮겼다.
힘이 부쳤던지, 순간순간 하늘을 바라보는 김 전 의원이었지만 시민들의 발길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은 어린 아이들에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머리가 희끗한 한 시민은 김 전의원의 손을 꼭 붙잡고 위로를 전했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난 이 자리에 있겠다는 김홍일 상주의 건강 쾌유를 빌어주세요."경건하게 조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 뒤로 나오는 안내 멘트만이 빈소 가득히 울려퍼졌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