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거하면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 및 건강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YS라는 영문 애칭으로 불린 김 전 대통령은 DJ와 현대 한국정치 필생의 라이벌이자 동지였다. 전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관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DJ와 질긴 악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병문안은 물론 빈소도 방문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영삼 전 대통령=YS는 DJ와 함께 한국 현대정치의 산증인이다. 정치 9단으로 불린 두 전직 대통령은 독재정권 시절 기나긴 민주화 투쟁을 선도하며 한국 정치를 이끌어온 쌍두마차였다. 특히 1971년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40대 기수론을 제창, 한국 정치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1987년 이른바 1노 3김(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맞붙은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각자의 길을 걸었다. 92년 대선에서 YS는 대권을 쟁취하며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고 DJ는 대선 4수 끝에 97년 대선에서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권좌에서 물러난 YS는 DJ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평생의 민주화 동지에서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 역할로 돌아섰다. YS는 2000년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거친 비난공세를 퍼부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DJ가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부라고 비판하자 "그 입 닫으라"고 독설을 날릴 정도로 좋지 않았다. DJ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던 YS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앞두고 극적으로 화해했다. YS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0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전격 방문, 87년 분열 이후 22년간 지속돼온 반목과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YS는 이 자리에서 "나와 김대중 대통령은 젊을 때부터 동지 관계였다. 협력도 오랜 기간 했고, 경쟁도 오랜 기간 했다. 둘이 합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특히 병문안을 화해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그럴 때가 됐지 않았느냐. 그렇게 봐도 좋다"면서 "제6대 국회 때부터 동지적 관계이자, 경쟁 관계로 애증이 교차한다"고 애틋한 감정을 나타냈다. 또한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빈소를 방문, "큰 동지이자 오랜 경쟁자였던 사람을 잃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정말 아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아울러 김 전 대통령은 80세가 넘은 고령이지만 워낙 건강체질인 데다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배드민턴과 조깅 등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이른 아침에 무리한 운동으로 늑막 내부에 혈액이 고이는 혈흉 시술치료를 받을 만큼 왕성한 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전 전 대통령은 서거한 김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깊다. 전 전 대통령은 1979년 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이른바 12.12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국 전면에 등장한 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을 거쳐 권좌에 올랐다. 이 때문에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던 DJ는 전두환 정권시절 모진 탄압을 받았다.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된 것은 물론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본인을 사형으로 내몰았던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한 인연이 있다.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두 전직 대통령의 질긴 악연도 허물어졌다.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을 문병한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전직 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며 화해와 용서를 실천한 김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했고 지난달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쾌유를 바란다며 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 전 대통령은 고령에도 건강상태가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 생도시절 축구팀 골키퍼를 맡았던 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전립선 수술을 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의 예방을 받을 때에도 호탕한 웃음과 활발한 언행으로 언론의 주목을 꾸준히 받아왔다. ▲ 노태우 전 대통령=노 전 대통령도 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DJ와 악연이 적지 않다. 87년 13대 대선에서는 대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 것은 물론 대통령 재임 중에는 여소야대라는 불안한 정국운영의 반전을 위해 김영삼, 김종필 등과 손을 맞잡은 3당합당을 추진, 강력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수평적 정권교체로 집권한 이후 12.12 및 5.18과 관련, 복역 중이던 노 전 대통령을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사면복권시키는 등 용서와 화해를 실천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은 간간히 위독설이 나돌 정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투병해온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폐렴증세로 잇따라 입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 참석은 물론 김 전 대통령 빈소 방문도 힘들만큼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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