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실적기대감 높지만 미 증시 부진은 우려
본격적인 실적시즌이 시작됐다.코스피 지수는 이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지난 주 연고점을 두차례나 경신하는 등 상대적인 강세로 주목을 끌었다. 미국증시나 일본증시가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특히 일본증시는 지난 10일까지 8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 1년여만의 최장기간 약세를 지속한 바 있다) 중국증시는 3100선을 돌파했고, 국내증시 역시 박스권 상단 돌파 시도를 이어가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타트 선에 나가게 된 현 시점에서는 마냥 기대하기는 힘들어보인다. 뚜렷한 호재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불안한 점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호재로는 무엇보다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352개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분기 대비 70.8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순이익 증가 추정치는 305.86%다. '주가는 기업실적의 함수'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실적이 최대의 변수가 되는 현 국면에서 에프엔가이드의 추정처럼 국내기업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면 이는 지속적으로 우려되던 밸류에이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최고의 모멘텀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든든한 경기회복 시그널도 한 몫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상향 수정했는데, 올해 하반기 성장률 전망을 당초 전년동기 0.6%에서 0.2%로 플러스 성장으로 수정했고, 연간전망도 2.4%에서 1.6%로 상향조정했다. 국내경기가 하강세에서 벗어났음을 한국은행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분기 GDP 성장률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는 전분기 대비 2.3%의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 시점에서 보면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에 큰 무게를 실어줄 수 있는 셈이다.국내경기 및 기업실적만 놓고 본다면 나쁠 것이 전혀 없지만, 좀 더 시각을 넓혀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내증시가 미국 및 일본증시에 비해 차별화된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은 마냥 기뻐할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증시에 대해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디커플링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난주 국내증시를 보더라도 주 초반에는 기세 등등한 모습을 보였지만 주 후반에 접어들면서 사흘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 없는 나홀로 상승의 한계를 보여준 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증시의 최대 모멘텀 역시 2분기 기업실적이지만, 미국은 우리와는 사정이 좀 달라보인다. 미국 S&P500 상장 기업실적은 전년동기대비 16.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감소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미국 실적시즌의 포문을 열었던 알코아의 실적이 예상외로 좋았고, 일부 주요기업 실적이 양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살아있기 때문에 기대치 대비 저조한 실적은 시장에 또다른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증시가 충격을 받을 경우 국내증시만 나몰라라 하며 상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국내증시에서 보이는 현상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왝더독 현상(선물시장에 의해 현물시장이 움직이는 장세)이다. 왝더독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바로 외국인의 선물 매매를 들 수 있다.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베이시스(현ㆍ선물간 가격차)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이고, 이것은 프로그램 매물로 직결되면서 전체 증시를 압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외국인의 선물 매매 패턴은 미 증시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미 증시의 부진한 흐름은 결국 국내증시의 상승 탄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 모멘텀을 확보했을 때 국내증시가 이를 발판으로 더욱 높게 상승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기대감과 우려감이 공존한 가운데 실적시즌이 시작됐다. 이날 장 마감 후 포스코의 2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돼있다. 포스코의 경우 2분기 실적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나마 다행인점은 3분기에는 실적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변동성지수라 불리는 VIX지수가 연 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현 시장에서 포스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어떻게 반영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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