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설경구-김명민, 무림고수 만난 듯한 희열'(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하지원이 억척스런 부산 처녀로 변신했다. 영화 '해운대'에서 하지원은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하지원이 부산 사투리로 연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제균 감독이 부산 출신이었던 탓에 하지원에게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 "사투리 연기 100% 해내고 싶었어요""이미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을 함께해서 윤제균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어요. 출연 제의를 받고 선뜻 승낙했죠. 소재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꼭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도 안 본 상태여서 쓰나미에 맞서 싸우는 여전사 역할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무허가 횟집주인이던데요. 사투리를 100%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었죠."하지원은 영화에서 몸을 쓰는 일에는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1번가의 기적'에서는 복싱을 배우느라 고생했고, 드라마 '다모'와 '형사 Duelist'에서는 액션 연기로 애를 먹었다. 그러나 '해운대'의 사투리 연기만큼은 아니었다. "사투리가 너무 힘들어서 뭔가에 묶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사투리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첫 촬영 분량은 사투리 때문에 다시 찍었어요. 횟집 주인이 아니라 손님 같아 보였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다시 찍자고 부탁 드렸어요. 사투리를 제게 가르쳐주신 분이 다행히 제 또래여서 친구처럼 지내며 배울 수 있었어요."◆ "윤제균 감독과의 작업은 내 자신에 대한 발견"윤제균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에 대해 하지원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진정성이고 하나는 하지원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색즉시공'에서는 무뚝뚝하고 엉뚱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1번가의 기적'에서는 선수에게 인정받았을 정도로 복싱의 재능을 발견했다. 하지원은 '해운대'를 촬영하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집을 떠나 해운대에서 혼자 '자취'하는 유학생 같은 경험을 즐겼다. 해운대를 "제2의 고향"이라 말하는 그는 "바다와 산이 있고 하늘이 너무 예쁜 해운대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다음 영화도 해운대에서 찍고 싶단다."매일 달맞이고개를 뛰었는데 서울과는 정말 공기가 달라요. 부산에 오래 있다 보니 자주 가는 맛집과 피부숍도 생겼죠. 서울에서는 장도 안 보는데 해운대에 있으면서 장도 자주 봐서 늘 냉장고에 먹을 걸 꼭꼭 채워뒀죠. 외국 유학생이 혼자 사는 것처럼 즐겼어요."
◆ "설경구-김명민, 무림고수 만난 듯한 희열"하지원은 최근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파 배우 두 명과 함께 연기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바로 '해운대'의 설경구와 '내 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이다. 두 배우에 대한 느낌을 묻자 하지원의 손은 입보다 바빠졌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강렬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고수를 만난 듯한 희열을 느꼈어요. 연륜이나 쌓아온 깊이, 에너지가 대단한 분들이잖아요. 뭔가 대단한 힘이 부딪히는 느낌이랄까요. 함께 연기하다 보면 뭔가가 같이 도는 것 같아요. 이럴 때 쓸 수 있는 단어가 없어서 참 안타깝네요. 받을 때도 쑥 받고 던질 때도 쑥 던질 수 있는 그런 교감이 제게는 희열이었어요."하지원은 김명민에 대해 "캐치 능력이 매우 빠른 배우"라고 극찬했다. 김명민의 완벽한 캐릭터 변신에 대해서도 감탄을 표했다. 영화 속에서 했던 지독한 사랑 때문에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정작 배우 김명민을 만났을 땐 영화 속 김명민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그것은 김명민이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또 설경구를 가리켜 "영화를 위해 태어난 분"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촬영 현장을 너무 사랑하며 캐릭터를 위해 곧바로 현지인이 되는 배우라는 의미이다. "설경구 선배와 처음 이야기한 건 선배가 윤 감독님과 술을 마시던 중 감독님이 바꿔줘서 통화했을 때였어요. 화면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분인데 통화할 땐 친오빠 같더라고요. 영화 때문에 만나긴 했지만 평생 든든한 오빠가 생긴 것 같아요. 가끔은 저에 관한 소식을 더 먼저 알아서 전해주시기도 하셨죠."◆ "연애·결혼? 영화 속에서 하는 게 더 좋아요"만 서른한 살의 배우 하지원은 배우로서 자연인으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영화 현장이 아닌 일상을 즐기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성장의 일부다. 집과 촬영장만을 반복해서 오가며 현장이 가장 좋았던 그는 이제 개인적인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예쁜 카페에도 즐겨 가고 지인들과 차나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하는 일상을 즐기게 된 지가 "1년밖에 안 됐다"는 것이다. 하지원은 연애나 결혼에 늘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에 관심이 없느냐고 묻자 "실제 연애는 아니지만 연기 속에서 사랑하잖느냐"라고 반문한다. 실제로 주위에 친한 지인들이 "연애를 안 하니까 극중 상대 남자 캐릭터에 올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단다. 지금보다 20대 초에 연애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더 많았다는 하지원은 "아직 더 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내 안에 담고 싶은 것도 많다 보니까 남자친구가 없는 것 같다"며 활짝 미소 지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