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포장과 폄하의 오류

호재 폄하해서도 악재 포장해서도 안되는 시점..잠시 지켜보자

뉴욕증시가 또한차례 휘청거렸다. 역시나 우려했던 고용지표가 문제였다. 실업률은 9.5%를 기록해 26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6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46만7000명이 감소해 예상치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고용지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돼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종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안에 실업률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악재라고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쉬운 것이 바로 '고용'부문이다. 고용은 소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소비대국인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뉴욕증시가 지금까지 어느 정도 반등했던 것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었는데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금 발생하고 있다. 물론 중국경제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미 증시의 경우 외국인의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볼 때 미 증시의 악재를 가볍게 넘기기도 쉽지 않다. 최근 들어 미국의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꾸준히 발표됐고, 전날에도 6월 ISM제조업지수가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재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고용지표가 그간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각종 호재들이 '고용'이라는 후행지표에 힘을 잃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잠시 숨고르기를 해야 할 시점인 셈이다. 물론 고용지표가 악화됐다고 해서 지나치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한달 한달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긴 시각에서 보면 개선 추세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는 월 평균 고용감소가 69만1000개였지만 2분기에는 43만6000개로 감소했다. 지난 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도 1만6000건 감소한 61만4000건을 기록해 예상 감소폭보다 크게 줄었으며, 4주 평균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2750명 감소한 61만5250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신이 확 깨는 뉴스'라고 표현하면서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에는 몇 개월 더 걸리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회복세가, 장기적으로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리스티나 로머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역시 고용보고서가 나온 직후 가진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조치라도 취하겠다"고 발언해, 기존의 '경기부양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던 소극적인 입장을 벗어버린 점도 주목할만하다. 미 증시의 악재는 충격이 컸지만, 국내증시가 갖고 있는 개별적인 호재는 분명히 있다. 바로 수급측면이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 차익거래에서 모두 긍정적인 움직임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투신권과 더불어 가장 강한 매도세를 보였던 연기금에서도 국민연금이 5000억원 규모의 장기 주식펀드를 운용할 운용사의 선정작업을 완료함에 따라 조만간 해당 자금 유입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베이시스(현ㆍ선물간 가격차) 개선에도 주목할만 한데 베이시스 개선은 추가적인 매수 차익거래 여건을 조성해 수급상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추가적인 지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부진한 고용지표는 분명한 악재다. 명백한 악재 속에서 굳이 좋은 면을 끄집어내 악재를 좋게 포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악재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호재도 같이 폄하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현 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있다.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잠시 여유를 갖고 시장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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