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유력 금융회사들이 무너진 지금이 우리에겐 기회다"
집안 단속에 여념이 없던 금융회사들이 침묵을 깨고 빅뱅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위기 이후 주도권 싸움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실탄도 확보하고 있다. 정부 소유 은행들의 민영화 재개도 한동안 잊혀졌던 '메가뱅크'를 다시 세상밖으로 끄집어 내고 있다.
◆산은·국민銀 지각변동 '주연'=
위기 극복 이후 은행권 지각변동의 주연은 산업은행과 지주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9월 산은지주회사와 한국정책금융공사(KPBC)로 분할하는 민영화 첫 단계를 시작하면, 자체 생존력 강화를 위한 수신기반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인수 작업을 중단했던 산업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와 논의를 거쳐 시중은행 인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점포가 45개(해외점포 포함 59개)에 불과해 자체적 수신 기반이 약한 산업은행이 수신 기반을 갖추고 있는 시중은행을 인수할 경우 경쟁력을 확보해 매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금융에 주력해온 산업은행은 예수금이 원가성 조달자금의 11%에 불과해 일반은행 평균인 58%보다 열악하다"며 "민영화에 앞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업은행 인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짝짓기 대상으로 공식매물인 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도 금융권 재편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유상증자 검토 계획이 황영기 회장 특유의 '검투사론'과 맞물리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 최고의 자본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는 KB금융과 국민은행이 지금시점에서 증자를 시도하는 것은 M&A에 대비한 실탄 확보외에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했다가 론스타의 계약 파기로 무산된 점을 감안, 재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은행들이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부담을 안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구조조정 부담도 거의 없다. KB금융은 은행권외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증권 분야 육성을 위한 M&A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M&A 지원사격=
금융당국도 신규 인·허가 속도를 조율하면서 금융권 M&A 지원사격에 나섰다.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지 기약없는 상황에서 수익기반이 악화된 금융업계에 무분별한 신규 진출이 이뤄질 경우 동반 몰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따라 1992년 평화은행을 마지막으로 신규 인가를 해주지 않은 은행권을 비롯해 보험, 증권 등 전 금융권역의 신규 인가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보험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금호생명 인수전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선두권 업체들도 M&A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은 최근 "M&A를 해소 도움이 된다면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재원은 충분하고, 부족하다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하면 된다"고 강조, 보험권 재편에 불을 지폈다. 저축은행도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영업권 확장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면서 M&A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도 금융권 재편의 촉매제다. 금융위원회가 6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금융지주회사 의결권 소유한도가 현행 4%에서 10%로 높아진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한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당장 M&A의 불씨를 지피긴 어렵지만, 최근 하나금융과 SK그룹의 카드부분 합작처럼 금융-산업자본간 전략적 제휴의 옵션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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