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착륙 “계단 없애고 미끌어져 내려요”

<strong>연료 3% 절감·소음도 크게 줄여 김포공항에 적용, 연말까지 인천공항·제주공항 확대 추진</strong>
항공기의 비행 과정에서 가장 클라이맥스는 착륙이라고 한다. 정교한 동작과 초를 다투는 순간적으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항이 가까워지면 착륙준비 단계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착륙접근(landing approach)’ 또는 ‘최종접근(final approach)’라고도 한다. 국내선, 국제선 가리지 않고 도착하기 10분전 즈음 “지금 착륙하고 있다”는 기내방송이 들려오면 바로 착륙접근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항공기는 착륙을 위해 공항 활주로를 향해 접근하고, 도착지 공항 상공에서 착륙자세를 취하면서 활주로 연장선상에 일직선으로 정대(line-up) 한 뒤 착륙에 들어간다. 접지 직전에 기수를 약간 위로 치켜세우며 뒷바퀴부터 착지하게 된다. 기수를 하강할 때의 자세 그대로 유지하면서 활주로 지면에 닿았다가는 앞바퀴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착지 직전에 기수를 약간 치켜세우는 것을 ‘플레어(flare)’라고 한다. 착륙 단계를 다시 돌아보면, 항공기는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강하하는 단계에서 각 단계마다 정해진 특정한 고도 이하로만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절차가 있다. 이 절차는 항공기 조종사에 따라서도 강하율과 강하 소요 거리가 다르다고 한다. 특히 항공기 이착륙이 빈번한 공항이나, 우리나라 인천·김포국제공항처럼 두 공항이 인접해 각 공항에서 출·도착하는 항공기가 같은 공역 내에서 상승·강하해야 하는 경우에는 항공기들 간의 안전한 거리 유지를 위해서 더 많은 다양한 제한 고도를 적용한다. 이럴 경우 항공기가 강하하는 모양은 마치 계단을 내려가는 식으로 일정 고도를 수평으로 비행하다가 고도를 낮추고 다시 수평비행을 하다가 고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반복하며 착륙하게 된다. 이 방법은 거의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취하는 방식이다. <strong>◆연료 및 소음 절감 효과 뛰어나=</strong> 한편 최근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공항과 항공사들은 이러한 계단 모양이 아니라 비스듬한 사선 모양으로 착륙하는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연속 강하 접근(CDA, Continuous Descent Approach)’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순항 중 최초 강하지점에서 착륙까지 전 비행 과정을 항공기에 장착된 비행관리시스템(FMS, Flight Management System)에서 계산해주는 최적의 강하 각도를 유지하며 연속적으로 자연스럽게 강하, 접근, 착륙하는 방법이다. 상공에서 추진력을 최소한으로 줄인 후 글라이더와 같이 미끄러지듯이 강하하게 된다. 이러한 착륙 방법은 미국과 유럽 일부 공항에서 도입돼 기존 방식보다 3% 가량 연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구간 별로 일정한 고도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출력을 높일 필요가 없어 연료 절감과 배기가스도 줄고 무엇보다 항공기 소음을 줄일 수 있어 ‘에코착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지난달 7일부터 간사이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에 대해 에코착륙을 시험적으로 도입했다. 국토교통성은 당분간 교통량이 적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간사이공항 도착편에 한해 실시할 계획인데, 하루 5대가 에코착륙을 실시해도 연간 연료는 약 47만ℓ, 금액으로는 1800만엔(약 2억7000만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trong>◆관제 시스템 발달 덕분에 가능=</strong> 연료 절감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연속 강하 접근이 가능해진 이유는 항공기의 첨단 항법 시스템과 항공교통관제 자동화 시스템 등 항공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계기 성능이 발전해 각 항공기의 위치와 고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도 지난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울지방항공청 주관 아래 김포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등 국내 양 항공사의 에어버스 기종을 투입해 CDA 절차를 시험 운영한 바 있다.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CDA 실시 항공기의 비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300-600 기준으로 편당 연료량 125킬로그램(대략 156리터) 정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소음, 배출가스 감소는 물론 비행안전성 제고 등에서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김포공항에 착륙할 때 적용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인천공항과 제주국제공항 등에서도 적용을 추진키로 했다.<자료 협조: ·>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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