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실업률, 경제회복 발목 잡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실업률이 글로벌 경기회복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특히 실업자 증가로 신용카드, 모기지 대출 연체가 누적돼 은행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고용분석기관 ADP(Automatic Data Processing)는 3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의 민간부문 고용규모가 53만 2000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 전문가들이 전망한 감소규모 52만 5000명은 물론 로이터 전문가들의 집계치(52만명)를 뛰어넘는 것으로 고용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난 4월 민간고용 감소규모 역시 당초 49만1000명에서 54만5000명으로 수정 발표됐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4월 미국 도시 가운데 실업률이 15%가 넘는 곳은 13군데, 10%가 넘는 도시는 93군데였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 엘 센트리노와 아리조나주의 유마에서 실업률은 각각 26.9%, 20.3%로 집계돼 고용상황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이 10% 이하인 도시는 아이오와 주의 아이오와 시티(3.2%) 등 7군데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오는 5일 공공부문을 포함한 5월 실업률을 발표할 예정인데 시장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지난 4월 실업률(8.9%)보다 상승한 9.2%로 5년래 최고치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의 고용상황도 미국 못지않게 심각하다. 전날 유럽연합(EU) 통계국에 따르면 4월 유로존의 실업률은 9.2%로 10년래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실업률보다 0.3%p 오른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8.3%)인 9.1%를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신용카드·모기지 대출 연체가 누적,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세후 수입을 기준으로 4월 저축률이 지난달의 4.4%에서 5.7%로 상승, 1995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백악관이 세금을 감면하고 실업수당 지급을 확대해 개인수입이 전달보다 1.1% 늘어났음에도 소비는 오히려 0.1%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소비 위축은 기업 매출 악화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 역시 증가하고 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1분기 모기지 연체율은 전분기 7.88%에서 9.12%로 확대됐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수조 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리파이낸싱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하면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드 업체가 회수를 포기한 상각률도 크게 올랐다. 무디스가 집계한 4월 신용카드 상각률은 9.97%에 달했다. 이는 무디스가 집계를 시작한 20년이래 최고치다. S&P는 신용카드 디폴트율이 내년에 1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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