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살아있는 권력에 약했다

천신일 영장 기각…부실·구색맞추기 수사 비판 검찰, 盧 서거 책임론 이어 사면초가(四面楚歌) 법원도 "구속은 용이한 수사 위한 제도 아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구속을 자신하던 검찰이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 검찰이 '구색 맞추기용'으로 천 회장을 부실 수사해 영장 기각을 초래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은 2일 천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소명 부족'을 영장 기각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천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로비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가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지난해 8월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자격으로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중국으로 출국했을 때 동행했던 박 전 회장에게서 선수단 격려금 조로 받은 15만위안(2500만원)을 로비 대가로 봤다. 또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의 ㈜세중게임박스에 투자했던 돈 가운데 회수하지 않은 6억2300만원을 로비 대가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 안팎에서는 40여 년에 걸친 두 사람의 관계와 당시 상황에 비춰봤을 때 두 사람의 돈 거래를 알선수재로 엮기에는 무리라는 비판이 제기됐었고, 결국 법원도 같은 논리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15만위안이 선수단 격려금이라는 천 회장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봤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은 것을 로비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로 조세포탈 혐의는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도 일응 소명이 있다고 인정되나 범해의 정도와 동기 등을 참작할 때 비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성역 없이 수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론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오히려 검찰이 이전 정권 수사는 '먼지털이식' '이 잡기식'으로 벌여놓고는, 현 정권 실세 수사에서는 애초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도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며 무죄 추정의 원칙이 깨질 정도로 강력하게 천 회장의 범행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갖춰져 있지 않다"며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던 검찰의 계획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또한 중수부 폐지론ㆍ특별수사 방식 수정론이 거세지는 한편, 공직자비리 부패수사처(공수처) 혹은 상설특검 도입, 피의사실 공표 금지 법제화, 검찰 기소독점주의 개선 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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