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년' 지명혁 영등위장이 지켜나가는 '3가지 신념'①(인터뷰)

지명혁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아시아경제신문 황용희 기자] "제가 영상물등급 위원회 위원장으로 온 이후 세 가지 원칙에 충실했습니다. 제작된 영상물은 의미가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고루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영상물에 있어서 욕설은 절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일부 제작자들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결정을 홍보 마케팅으로 활용하는데, 이 또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명혁 영상물등급위원장(이하 영등위)이 오는 1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국민대 교수로 재직중이던 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영상물의 합리적이면서도 투명한 등급 분류 마련과 이를 통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지난 1년간 최선을 다했다. 그는 '만들어진 영화는 모두 보여져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인간이 만든 것을 왜 못 보게 합니까? 모든 영상물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거죠. 대신 제한을 명확하게 해두면 되는 겁니다. 제한이라기보다는 영상물 등급 분류를 '표본화'하자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 침해할 수 없지만 그 영상물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이 때문에 위원회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표본화' 작업을 꼽고 있습니다. 심의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인 셈입니다." 이를 위해 지 위원장은 '내용 정보 기술제'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내용 정보 기술제'는 영상물 등급 보류 과정에서 확인된 콘텐츠의 유해정도를 사전에 공개하는 제도로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약물, 공포, 모방행위 등 7개 항목을 5단계로 그래프화 해서 유해 정도를 공개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욕설은 가능하면 자제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지 위원장의 생각이다. "욕설 같은 것은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 선정적, 폭력적 장면은 없다하더라도 욕설이 있다면 등급은 바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욕설을 안 해도 되는데 굳이 욕설을 넣어가며 영화를 만드는 것은 문제인 거죠. 요즘 시대는 너무나 자극적인 것들이 판을 치고 있어요. 당연히 신경써야 합니다." 지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TV 드라마에서의 욕설 대사까지도 지적했다. "안방극장 드라마의 경우도 평범한 장면이나 대사로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의미나 뜻을 굳이 욕설을 등장시켜 가면서 풀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언어를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작가들의 책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과 깊은 이해가 필요한 거죠. 사적 영상물에서도 이 부문을 정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또 비디오 제목도 정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한마디로 너무 직접적인 표현은 자제시킬 방침인 것. 작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욕설을 제목으로 쓰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영화상 난해한 표현이나 장면도 불손한 의도없이 그 영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면 충분히 감싸 안아줬다. "영화 '박쥐'의 경우 송강호 성기노출 장면이 문제였죠. 노출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주 엄격히 판정을 내리겠지만 그 장면은 흐름상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후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때문에 청소년 단체로부터 항의전화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영화라는 기본적인 특성은 충분히 이해해야 된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지 위원장이 가장 크게 신경쓰는 부문이 바로 '영등위를 영화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일부의 시도이다. "그것은 안됩니다. 위원회에서는 분명한 기준으로 등급 분류를 하고 있고, 또 영화제작사 측에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측에서 그것을 다른 각도로 해석하면서, '마케팅' 의도까지 드러내곤 하죠. 가장 힘든 부분이지요. 어떨 때는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어려운 영화제작 현실에서 뭐든지 잡아서 관객들의 눈길을 끌어보려고 하는 제작자들의 심정은 알고 있지만 분명 당시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살짝 마케팅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안되는 거지요." 실제로 지 위원장의 가슴을 아프게 한 영화들이 꽤 있다. 그중에는 올해 주식을 소재로 개봉한 영화도 한 케이스였다. "그 영화는 우리에게 낸 영상과 기자들에게 보여준 영상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에게 낸 영상이 6분 정도 더 길었죠. 거기에는 욕설 등이 담겨져 있었어요. 그래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나왔던 거예요. 하지만 다시 재편집돼 제출된 것에는 이 장면이 없었고, 그래서 15세 판정이 나왔던 겁니다. 아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지 위원장은 요즘의 영등위와 1년 전의 영등위와는 그 변화의 폭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한다. "영화 신청을 하면 무조건 10일 이내에 결정, 통보합니다. 또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상물이라면 충분히 검토하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작자들의 피와 땀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모두 다같이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문화콘텐츠 시대에 맞는 훌륭한 작품과 이를 지원, 보급하는 정부 정책이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는 지위원장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용희 기자 hee21@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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