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박찬욱 감독
[칸(프랑스)=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박찬욱 감독이 2004년 '올드보이'에 이어 또 다시 칸을 사로잡았다. 24일 오후 7시 30분께(이하 현지시간)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심사위원상 수상자로 '박쥐'의 박찬욱 감독이 호명될 때 한국 최초의 칸국제영화제 2회 수상자가 탄생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형제나 다름없는 정다운 친구이자 .최상의 동료인 배우 송강호와 이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송강호 역시 뜨거운 박수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박찬욱 감독을 25일 오전 10시 칸 그레이달비옹호텔에서 만나 수상 소감을 들었다.
- 이창동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있어서 이번 상이 더 뜻 깊을 것 같다.
▲ 심사위원단의 결정 과정이 치열했다고 하더라. 얼마나 힘들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상식장에서 무대 위의 이창동 감독을 올려다 보는데 찡해지더라.
-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제작하는 것 외에 차기작 연출 계획은?
▲ 영화 개봉을 다 해놓고도 다음 작품을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는 처음이다.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싶다. 다음 영화를 정해놓고 있다면 여행도 못 가고 호텔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놓고 방에 틀어박혀 있을지 모른다. 그것보다 여행이 훨씬 좋았다.
- '설국열차'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나?
▲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큰 스튜디오들이 만나자고 하는데 안 만나고 있다. 초고라도 손에 들지 않고서는 아무일도 시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렸기 때문이다. '설국열차 '에 관해서는 아무도 만날 준비가 안 돼 있으니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 원작이 있는데 그걸로 이야기하면 돼지 않냐고도 말해왔지만 봉준호 감독이 원작의 큰 설정만 가져오고 인물이나 사건들은 모두 바뀔 거라 이야기를 할 게 없다. 또 봉 감독이 금방 써내는 타입도 아니니 천천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 '마더'를 본 소감은 어땠나"
▲ 말이 안 나오더라. 봉준호다운 어떤 것의 절정을 이룬 것 같다. ('마더'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연상시킨다는 점에 대해) 난 그렇게 지독하게 안 찍는다.(웃음)
- 다음 영화에서는 어떤 걸 추구하고 싶나?
▲ 두 편의 영화에서 사이보그와 박쥐를 다뤘는데 다음엔 뭐가 됐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생활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보통사람의 이야기 말이다. 너무 이상한 사람을 많이 다뤄와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마음은 그런데 굉장히 좋은 이야기거리가 생기면 '박쥐' 같은 영화를 또 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평범하게 출발해서 이상해지는.
- '박쥐'가 10년 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데 그 외에 언젠가 또 해보리라 하던 것이 있나?
▲ 소재라고 볼 순 없고 장르로 따지면 서부극을 해보고 싶다. 할리우드에서 같이 해보자고 말할 때마다 서부극 시나리오 좋은 것 있으면 보내달라고 말하곤 한다. 미국에서도 남자 감독들은 다 서부극을 해보고 싶어한다고 하더라. 미국이 어떻게 건국됐는가 하는 것을 그 시대를 통해 얘기하고 싶다.
-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 어떤 작품이냐에 달려있다. 서부극을 비롯해서 뭐가 됐든 좋은 게 있으면 방글라데시라도 가서 찍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감독은 좋은 스토리를 따라 움직이니까. 몇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를 찍고 싶거나 하는 마음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할리우드 가서 찍고 싶진 않다.
- '박쥐'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
▲ 내가 예전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하고 나서 베를린에서 했던 인터뷰 중에 "복수 3부작이 풀코스 정찬이었다면 이 영화는 달콤한 디저트까지 끝낸 기분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디저트까지 끝났으니 새로운 식사의 시작이냐고 묻더라. 그래서 꼭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계산을 끝마친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걸 끝내고 나니 후련하다.
- 올해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10편이 상영됐다. 최근 한국영화의 위기라고 하는데 이번 칸영화제가 어떤 의미를 주는 것 같나?
▲ 당장 눈에 보이게 금전적이고 경제적인 효과는 없겠지만 분위기 반전의 효과도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대하는 것이 감정의 문제니까. 요즘 관심이 멀어져 있지 않나. 이번 칸이 영화 한 편 한 편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더 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심리적인 효과가 더 큰거 같다.
칸영화제를 찾은 '박쥐'의 송강호, 김옥빈, 박찬욱 감독, 김해숙, 신하균(사진 왼쪽부터)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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