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결혼도 미뤄요'

아현동 '웨딩타운'을 가보니...

서울 시내 한 호텔의 그랜드볼룸. 일요일 낮시간대에는 주로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로 사용됐지만 이날은 결혼식 일정 없어 다른 연회가 예약돼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웨딩드레스를 직접 맞춰가는 사람이 몇명은 있었는데 올들어 아직 한명도 없어요. 그렇다고 대여해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아닙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웨딩드레스 제작 및 대여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웨딩타운. 경기불황 탓에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 곳 점포 주인들의 한숨소리가 더 깊어져 가고 있다. 결혼 성수기인 5월을 맞이했지만 찾는 고객이 늘기는 커녕 오히려 매출이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가게도 하나둘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매장의 주인은 "지금 결혼할 사람들도 재작년 쌍춘년에 다 해버린 것 같다"면서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 여파로 웨딩산업 전반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결혼은 한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됐다. 전체적으로 혼인 횟수가 줄어든데다 결혼을 치르는 규모나 비용도 최대한 간소화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회복될 기미가 없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올해에는 윤달(6월)까지 겹치는 바람에 대목(4~6월)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실종된 상태다. 최근 한 시장조사 전문업체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 5명 가운데 4명(80.3%)은 경기 불황이 결혼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월간인구동향을 보면 올 1~ 2월 혼인건수는 5만17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00건(4.3%)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주요 호텔 및 전문 결혼식장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평소 예비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좋아 몇달 전에야 예약할 수 있다고 알려진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이나 결혼식장의 사전 예약률은 작년에 비해 10%에서 많게는 25%까지 줄었다.. 돌잔치, 수연(환갑잔치) 등의 각종 피로연을 열 수 있는 호텔들은 연회장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결혼식을 전문으로 하는 예식장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그 이전해에 비해 웨딩건이 줄어 올해는 사정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며 "결혼 비수기인 여름이야 어떻게 넘어간다지만 가을에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역 부근에 있는 한 예식장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혼사는 큰 행사로 여겨져 가격에 덜 민감했는데 요즘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패키지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규모가 작은 결혼식장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웨딩 컨설팅 업체들만이 성업중이다. 한 웨딩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각 웨딩업체들도 결혼 비수기인 7, 8월에만 진행하던 프로모션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라며 "주요 호텔과 예식장들도 다양한 프로모션과 할인 패키지를 내놓고 예비신혼부부 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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