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소위 말하는 작전?'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한창 들여다보던 초보 투자자 L씨, 평소 관심있던 종목에 특이사항이 발생했다. '소수지점, 소수계좌 지정 요건'에 해당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것. 그는 '이게 바로 작전이 아닐까?'하는 호기심에 휩싸였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루동안 소수지점, 소수계좌에서 거래가 집중돼 이날 하루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총 8개에 달한다. 메카포럼, 엔빅스 등이 소수 지점이 매매에 집중 관여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고 미주소재 우량주와 이그린어지가 소수 계좌에서 대규모 매매가 이뤄져 투자주의 종목에 포함됐다.
그렇다면 몇몇 지점과 계좌에서 거래가 집중되는 이상 징후는 주가 조작 등의 불법행위로 파악할 수 있을까?
지난 2007년 3월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루보 주가조작 사건을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이유 그룹 전 부회장 김모씨 형제와 주가조작 전문가들이 주도한 당시 사건은 700여개의 계좌가 동원돼 주가를 1360원에서 5만1400원까지 40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검찰의 주가조작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주가는 폭락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거래소가 소수지점ㆍ계좌 거래집중 종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은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2007년 9월부터.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줘야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관계자는 "주가조작이 이뤄지는 경우 매매에 있어 여러가지 특성을 보이게 돼 있다"며 "소수 지점 및 계좌에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도 그 중 한 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소수 지점, 계좌에 거래가 몰리는 경우의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작전'과는 거리가 멀다"며 "수백, 수천개의 계좌나 지점이 거래에 참여하는 상황과 비교해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동안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해 투자자들이 투자결정에 참고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수지점계좌 거래 집중 종목은 시장 감시의 가장 처음 단계라는 설명이다. 이 단계를 넘어서 불공정거래나 시세조정 등의 혐의가 발견되면 거래소 심리부에서 정밀심리에 들어가고 혐의가 짙어지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선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를 거쳐 주가 조작 혐의가 밝혀지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주의' 단계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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