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블랙박스]환율의 '시소게임'

시소게임의 원리를 다들 잘 아시죠. 양쪽에 각자의 몸을 싣고 중심축을 이용해 양끝에서 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놀이입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다시 환율에 쏠리면서 시소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폭등하고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쳤습니다. 여행객들 수는 줄고 여행관련주와 항공주가 흔들리면서 시장의 소외를 받은 반면 수출 효과를 보는 IT, 자동차 등의 수출기업들 채산성은 개선됐습니다. 환율 효과가 1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며 어닝서프라이즈에 기여했습니다. 당연히 주가도 코스피지수의 상승에 힘입어 실적개선 덕까지 입으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시장이 환율에 쏠리게 되자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부터 환율은 국내 금융시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작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6개월만에 증시 여건은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코스피지수는 1400선을 육박하고 있고, 환율은 1300원선을 뚫고 1200원대에 진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200원대를 유지하면서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스타일별 등락을 좌우하는 키워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자유투어는 전날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모두투어 롯데관광개발, 세중나모여행 등 여행주가 줄줄이 급등했습니다. 대한항공은 나흘째 오르면서 4만원선을 넘어섰고, 아시아나항공은 5000원선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고환율로 웃었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IT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 환차익 노린 외국인 순매수세는 증시를 끌어 올렸지만 반대의 현상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할 것입니다. 원화 강세로 경상수지흑자 폭이 감소되고, IT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개선세 둔화되며, 외국인순매수 강도 약화 등으로 증시의 발목이 잡힌다면 전체적인 증시 약세가 여행, 항공 등의 환율 하락 수혜주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니까요. 또, 국내외에 확인해야할 불확실성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환율 하락 수혜주라는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보는 전략도 필요해 보입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직전저점인 1240~1250원선까지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원화강세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군(항공, 여행관련주)에 대한 키 맞추기 차원의 대응전략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최근 3일 동안에만 6.2%나 급락했다는 점과 미국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달러화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선은 트레이딩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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