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한 글로벌기업]GE '제조' 유턴

 최근 열린 GE(General Electric)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가 이렇게 말했다. "언제나 존경해왔던 GE는 이제 '어디 딴 곳으로 가라(Go Elsewhere)'란 의미일 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 GE가 요즘 창사 이래 가장 곤혹스런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비록 지난해 183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5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신용등급 '트리플 A' 상실, 배당금 삭감 등으로 '세계 1위'기업으로서 누리던 자긍심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GE는 '위기가 일생에 한번 뿐인 기회를 제공 했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거인은 비틀거릴지언정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이를 위해 전면적인 체질개선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부문 비대, 결국 화근=수 년 전부터 경제전문가들은 GE가 다각화된(Well-diversified) '복합기업'으로서의 면모를 포기하고 단순한 금융업체가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GE의 금융부문 GE캐피탈이 지나치게 비대화돼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이 같은 충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그는 2007년 "GE의 금융부문에서 '리스크'보다는 '기회'를 보았다"며 GE 전체 수익의 60%를 올리는 '효자' GE캐피탈을 적극 감싸고돌았다.  1년 6개월 뒤 GE는 금융 위기 속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GE가 갖고 있던 동유럽 등 신흥국에서의 대규모 대출, 주택담보 대출 등은 '기회'가 아닌 '리스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GE캐피탈도 AIG처럼 밑도 끝도 없는 숨겨진 부실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로 GE의 주가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6달러선 아래로까지 곤두박질쳤다.  뚜껑을 열고 확인한 GE의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28억3000만 달러. 수익은 크게 악화됐지만 시장 예상만큼은 아니었다. 에너지 장비와 항공기 엔진 부문이 GE캐피탈의 모기지 및 신용카드 대출 손실 효과를 상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내놓고 키운' 자식들이 집안의 기대주를 제치고 이를 먹여 살린 꼴이다.  ◆서비스 위주에서 다시 제조업으로=GE의 금융부문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것은 이 업체가 성공가도를 달리던 1990년대 잭 웰치 회장의 작품이다. 당시 GE는 'NO1, or NO2'의 원칙에 따라 무차별 다각화를 중단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구조 개혁에 주력했다. 세계 1위나 2위를 달성할 수 없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GE의 주 전략. 이 과정에서 금융 서비스 산업은 대폭 강화한 반면 주력 사업이었던 항공 및 가전 등 제조업 부문은 과감하게 매각했다.  당시는 미국 금융업이 팽창하던 때였고 GE가 이를 통해 세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났기 때문에 이 같은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GE는 더 이상 이 전략을 고수할 수 없게 됐다.  이멜트 CEO는 최근 GE를 다시 제조업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국은 금융 서비스에 기반한 경제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제조업체들에 그 역할을 넘겨줄 것"이라면서 "기술과 제조업계 리더들이 서비스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는 30년 묵은 얘기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제트 엔진과 발전기, 의료 장비 등의 사업을 확장하고 향후 성장을 위해 전략 발전 등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GE캐피탈의 사업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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