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三매경] 무주 '청정라운드와 구천동 33경'

무주 골프장 전경

꽃이 떨어진 자리는 어느새 새싹 차지가 됐다. 봄의 연록색 숲은 사람으로 치면 아기피부와 같다. 그만큼 생기 넘치고 하루하루가 다르다. 비라도 온 후면 더욱 그렇다. 바람이 점차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 때가 산행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국의 4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덕유산은 아름다운 자연미가 특히 돋보인다. 그 품에 자리잡은 무주골프장이 바로 골프와 산행의 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고원속의 '청정 라운드'= 아놀드 파머가 설계한 무주골프장은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골프장 허가가 날 수 없는 곳이지만 1980년대 후반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1997년)를 유치하면서 승인을 받았다. 당연히 낙랑장송이 즐비하고, 천연계류와 기암들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마치 태초의 자연에 온 듯하다. 자연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며 개발했기 때문에 난이도는 높은 편이지만 해발 900m의 고원에 자리잡은데다가 소나무 군락이 많아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다. 골프를 치면서도 삼림욕이 가능한 셈이다. 계절마다 덕유산 능선을 따라 피고지는 이름모를 야생화는 또 다른 볼거리다. 각 홀별 이름을 음미해보며 라운드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갈대 군락지와 연못의 조화가 인상적인 10번홀은 '갈대의 순정'이다. 우람한 적송이 즐비한 11번홀은 '에버그린', 홀 대부분을 사람이 직접 조성해 '야생미의 극치'를 연출하는 17번홀은 '신의 손길'이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골프장이 리조트 내에 있어 가족단위로 여행을 하기에도 . 삼복더위가 한반도를 뒤덮는 한여름에도 무주리조트는 에어컨이 필요없을 정도로 선선하다. 티롤호텔은 알프스의 중심인 오스트리아의 티롤 지방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목재부터 건설 당시 인부까지 모든 요소를 오스트리아에서 공수해왔을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덕유산 초입부터 혼을 빼놓는 비경이 정상까지 이어지는 무주 구천동의 봄.

▲ "구천동 33경, 황홀경일세"= 고된 산행 끝에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성취감은 올라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덕유산은 그러나 초입부터 혼을 빼놓는 비경을 선사하며 다리 품을 덜어준다. 월하탄과 비파담, 인월담, 구월담, 연화폭 등 구천동의 33경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5월부터 6월 초순까지는 능선을 달리하며 철쭉이 만발한다. 명경지수에 드리워진 하늘과 구름, 그리고 붉은 빛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걸작이다. 33경의 마지막은 정상인 향적봉(1614m)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군락이 장관이다. 겹겹이 이어지는 산의 파노라마를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은 한낱 미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부담스럽다면 천년고찰 백련사까지 트래킹을 하는 것도 괜찮다. 왕복 3시간 거리다. 그것도 힘들다면 리조트 내에 있는 곤돌라(왕복 1만2000원)를 이용하면 된다. 곤돌라에서 내려 산보하듯 20분 정도만 오르면 향적봉이다. 구천동에서는 마침 오는 9일부터 이틀간 철쭉축제도 열린다. 봄바람을 가르는 드라이브도 추천 여행코스다. 리조트에서 설천면 방향으로 핸들을 꺾으면 33경의 제1경인 나제통문까지 환상의 길이 구비구비 펼쳐져 있다. 적상산도 매혹적이다. 산 자체만으로도 충분한데 적상산성, 안국사, 안렴대, 천일폭포, 장군바위 등 명소가 산재해 있다. 정상까지 시원하게 길이 뚫려 있다.

산에서 직접 채취하고, 집에서 재배한 30여가지의 산나물을 맛볼 수 있는 무주 산채정식. <br />

▲ 산나물로 원기보충= '풍요의 고장' 전라도 하면 '맛'이다. 전라도 음식을 더욱 감칠나게 하는 건 후덕한 인심과 손맛이 더해져서다. 봄이면 청정자연에서 자라난 산나물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나른한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니 보약이 따로 없다. 구천동 입구 길가에 산채정식집들이 줄지어 서있다. 주인장들이 모두 산나물 전문가다. 덕유산에서 직접 채취하고, 일부는 집 주변에서 재배한다. 산나물 하나로도 10여 가지의 요리를 만드는 안주인의 솜씨도 일품이다. 별미가든(063-322-3123)은 나물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 곳으로 유명하다. 두릅과 참취, 곰취, 자욱, 개미취, 청자옥, 엄나물 등 계절에 따른 30여 가지의 산채가 나온다. 여기에 2년 된 숙성김치와 방아나물 넣은 장떡 등 별미도 나온다. 전주에서 유래한 콩나물국밥을 무주골짜기에서도 맛볼 수 있다. 술에 절은 속을 달래는데 그만이다. 콩나물국밥은 2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국물에 달걀을 푼 것과 또 다른 하나는 맑은 국물에 수란(흰자만 익힘)이 곁들여 나오는 것이다. 무주에서는 주로 국물에 달걀을 풀어서 내놓는다. 음식점 간판 이름에 '전주'가 들어가 있으면 콩나물국밥이 있다. ▲ 여행메모= 서울에서 경부선을 타고 가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30분 정도 더 달리면 무주IC가 나온다. IC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좌회전을 하면 무주리조트까지 이정표가 있다. 최근에는 왕복 4차선 도로가 뚫려 가는 길이 훨씬 편해졌다. 숙박은 무주리조트(063-322-9000)를 이용하면 된다. 주변에 펜션도 많다. 리조트 밖에는 편의점이 없다. 이곳에서는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가 편의점 개념이다. 때문에 야식으로 라면을 먹을 때 봉지김치를 살 곳이 없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집에서 직접 담근 포기김치를 판매한다. 인심 좋은 펜션 주인을 만나면 공짜로 얻어먹을 수도 있다.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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