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한 글로벌 기업]셰브론, M&A로 우뚝

미국 정유업계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엑손모빌은 정유소에서조차 기름을 못 찾아내지만 일단 발견하면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 반면 셰브론은 그 어디에서도 기름을 찾아낼 수 있는 기업이다.' 이는 철저한 이익전략을 펼치는 엑손모빌과 원유개발 본업에 충실한 셰브론의 경영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뼈 있는' 농담이다. 일단 숫자상으로는 엑손모빌의 전략이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해 엑손모빌은 매출 4428억 달러를 올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셰브론은 2631억 달러의 매출로 3위를 차지했기 때문. 그러나 기술력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보유한 셰브론의 잠재력이 발현되는 날에는 순위가 어떻게 뒤바뀔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기본에 충실, M&A통해 성장 셰브론은 187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코 캐넌에서 유전을 발견하면서 설립된 정유업체 '퍼시픽 코스트 오일'을 전신으로 한다. 이 업체는 1984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M&A(인수합병)이라고 불리는 '걸프오일'과의 M&A를 통해 지금의 셰브론으로 이름을 바꿨다. 셰브론은 이 M&A로 석유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면서 대형 정유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후 2001년 '덱사코', 2005년 '우노칼 코퍼레이션' 등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지금의 규모에 이르게 됐다. 현재 셰브론은 전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 퍼져 6만70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말 그대로 '공룡' 정유업체다. 셰브론은 M&A를 통해 성장하는 동안에도 원유개발이라는 본업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 업체 매출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엑손모빌(44%)를 웃돈다. 현재 원유개발을 위한 4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각각에 10억 달러 이상의 돈을 쏟아 부었다. 셰브론이 여태껏 투자한 유전은 엑손모빌보다 2배가량 많은 200여개에 이른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덕택에 셰브론은 향후 대안에너지와 재생가능 에너지에서도 큰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위크는 셰브론이 올해 원유와 가스 생산을 4% 확대하고 2014년께에는 원유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이익구조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은 M&A 적기 재밌는 것은 지금의 셰브론을 있게 한 대규모 M&A의 대부분이 경기침체 기간 가운데 중소 경쟁사들의 주가가 땅에 떨어진 틈을 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불황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현시점이 셰브론을 포함한 자금력을 갖춘 거대 정유사들에게는 '기회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달 캐나다 대형 정유업체 선코와 경쟁사 페트로캐나다의 M&A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셰브론의 1분기 순익은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받아 전년동기 주당 2.48달러에서 크게 떨어진 주당 94센트로 예상되지만 올해에만 228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투자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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