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국내 IT 서비스 산업이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IT 서비스 부문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감도 확산되고 있다.
전세계 IT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8000억달러(약 1000조원)인 반면 한국 시장은 1.6%(약 16조) 규모 밖에 되지 않는다(2008년 기준). 특히 올해는 지난 해보다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S, LG CNS, SK C&C 등 국내 IT서비스 업체들은 '불황 탈출'의 해법으로 '해외진출'을 내세우고 있다. 위축된 국내 시장을 탈피해 해외시장에서 금맥을 캐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특히 각 업체들은 저마다 장점을 갖고 있는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부터 남미까지 세계 곳곳에서 '코리아 파워'를 발휘하는 국내 IT서비스 업체들의 활약상을 엿보자.
<strong>■ SOC 솔루션으로 중국·인도서 성장가도</strong>
김인 삼성 SDS 대표
'지렛대 경영'은 지금의 위기 경영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으로 극복하자는 삼성SDS의 생존 전략이다. 경기침체라는 외부적인 환경을 극복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삼성SDS(대표 김인)는 새로운 희망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이미 지난 해 해외시장에서 약 2억3155만 달러어치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SDS는 AFC(승차권 발매자동화설비시스템), IBS(빌딩자동제어세스템) 등 사회간접자본(SOC) 솔루션 및 전자정부 구축 부문에서 기대가 크다. 이 부문의 사업 노하우를 앞세워 중국, 인도, 중동, 남미 등 신흥시장 및 선진국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의 활약이 빛난다. 지난 2002년부터 중국 광조우를 필두로 베이징, 우한, 텐진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낸 것은 세계적인 기술력 덕분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미국 시카고시 리처드 데일리 시장이 삼성SDS가 구축한 베이징시 지하철 AFC 시스템을 극찬한 것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 SDS는 인도에서도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프랑스 탈레스, 일본 신호, 스위스 에이시에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맞붙어 2000만달러 규모의 인도 델리 지하철 AFC 시스템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1일에는 인도 수도 델리에 여섯번째 해외법인을 설립, 인도 공략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SDS는 지난 97년 북미법인을 시작으로 중국, 유럽, 남미, 동남아 지역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번 인도법인 설립을 통해 해외법인 최초로 엔지니어링 아웃소싱(EO)사업도 추진한다. SW 테스팅 아웃소싱을 시작으로 향후 스마트폰을 활용해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하는 모바일데스크 및 프린팅서비스(MPS)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strong>■ 영상엔터테인먼트 기술력으로 승부</strong>
LG CNS 신재철 사장은 지난 1월 시무식에서 "긍정적인 사람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본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해 진정한 LG CNS 가치를 시장에 확인시키는 한 해가 되자"고 역설했다. 신 사장의 이같은 새해 포부는 글로벌시장를 겨냥한 '구호'다. 2006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글로벌 전략이 올해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LG CNS(대표 신재철)는 2006년부터 글로벌 '톱10' 진입을 위해 IBM, 엑센츄어 등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글로벌이행체계'를 갖춰왔다. 또한 올해 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LED 영상시스템, 보안 등 국내에서 검증된 솔루션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ERP 사업의 경우, 지난해 서울메트로 ERP 구축 사업 등 대형 ERP 사업을 잇달아 수주한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 유럽 등의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ED 영상시스템 사업은 중국, 미주, 유럽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동, 중남미 및 인도 시장을 추가로 공략하고 있다.
보안 사업도 작년 하이신사이퍼사와 계약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수확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미주, 유럽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2010년까지 2008년 대비 2~3배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몽골 울란바토르 교통시스템, 중국 톈진 경전철 연장선, 중국 선전의 선전중국전자빌딩 LED영상광고시스템 구축사업 등 국내에서 검증된 SOC 사업분야와 영상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1억7000달러(한화 1878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올해는 작년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자신감은 중국, 미주, 인도 등 국내 IT서비스 기업 중 가장 많은 7개의 해외법인을 운영하는 데서 비롯된다.
<strong>■ 빠른 모바일 서비스로 블루오션 개척</strong>
SK C&C 김신배 대표
SK C&C(대표 김신배)는 지난 해 IT 서비스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7650만달러 규모의 아제르바이잔 ITS(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SK C&C가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배가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
SK C&C는 몽골과 중국,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중동, 미국 등에서 ITS, 우편 물류, 소방 방재, 모바일 금융 등 우리나라의 주요 IT서비스를 수출해 글로벌 시장을 이끌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빌링 시스템, RIM(원격 인프라 관리), m-Finance(모바일 금융), USIM, ITS, IFRS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신규 시장인 만큼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할 경우 상당한 가치 창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IT와 통신을 결합한 모바일 서비스다. SK C&C는 지난해 ITS로 세계 시장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는 우리나라 모바일 금융의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해에는 미국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사업자인 모바일머니벤처스의 '모바일 머니 2.0 플랫폼'을 개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 C&C는 기존 금융은 물론 다양한 웹서비스의 빠른 모바일 서비스 전환을 가능케 하는 최신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인 '엑스마스(Xmas)'도 자체 개발했다. 아울러 다양한 통신 시스템의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MVNO 사업자인 힐리오(Helio)의 영업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한 경험은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SK C&C가 보유한 자체 통신 솔루션들은 SK 텔레콤과 티유미디어, 미국의 힐리오, 베트남의 S-텔레콤 등에 성공적으로 적용돼 경쟁력을 입증받고 있다.
특히 SK C&C의 자체 빌링 솔루션 '엔비오스(NVIOS)'는 전 세계적으로 2500만명에 달하는 고객의 정보와 마케팅, 과금을 한 시스템에서 처리하는 등 글로벌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strong>■중견업체들 "우리도 해외서 금맥 캔다"</strong>
현대정보기술, 롯데정보통신, 포스데이타, 쌍용정보통신 등 중견 IT서비스 업체들도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대기업들에 비해 영업망을 약하지만 중견 기업다운 패기와 투지를 외화 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정보기술(대표 이영희)은 1999년 국내 IT서비스 업체 중 최초로 대규모 '베트남 중앙은행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 '금융SI 수출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2000년에 파키스탄 중앙은행 전산화 사업 수주, 2005년 파키스탄 중앙은행 금융전산화 시스템 구축 및 베트남 농협은행과 수출입은행 시스템 수주, 2007년 베트남 중앙은행 전국 지점 연결 구축 사업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해외 금융 IT서비스 사업의 강자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는 해외사업 부문에서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매출대비 10%를 상회하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는 연평균 성장률 50%를 목표로 현지에서의 노하우를 최대한 축적, 베트남과 파키스탄의 거점화를 통해 인접국으로의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다른 중견 IT 서비스 업체인 롯데정보통신은 베트남에서 값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베트남 롯데마트의 시스템 오픈을 시작으로 베트남 롯데시네마 무인발권 시스템, 중국ㆍ베트남 롯데리아 시스템 구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 철강업체들을 대상으로 철강정보화 사업을 활발하게 펼쳐온 포스데이타도 올해는 해외에서 u시티ㆍ전자정부 공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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