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섣부른 경기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국경제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실은 아직도 긴 터널의 중간쯤 와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특히 "터널을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터널을 빠져나갈 때는 일자리와 고용문제가 지금보다도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과 부동산·주식시장의 상승세에 따른 지나친 경기낙관론에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이나 가계의 실제 사정과는 다른 성급한 낙관론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또다른 버블을 형성, 금융·경제위기 이후 국면에서 한국경제의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
코스피지수 1300대를 회복한 주식시장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의 상승세 등 경기회복의 신호도 없지 않지만 실제 고용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소득수준도 바닥을 치는 등 실물경기의 침체는 여전하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최근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을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라기보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의 효과 또는 지난해 4분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한국경제의 상황과 관련해 잇단 긍정적 언급을 조심스럽게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1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열린 제10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사공일 경제특보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일부 주요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며 "이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펼쳐온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경제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1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아직 우리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 9일 서울신용보증재단 영등포지점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금년 세계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지고 있는데 한국은 그 정도 상황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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