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중소 납품업체 줄도산 우려

불경기 속에 독일 대기업들이 납품업체들과 거래를 중단, 중소기업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유럽 최대 엔지니어 업체인 지멘스는 올해 7만4000개 납품 업체와 거래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 납품 업체 중 20%와 거래를 끊겠다는 얘기다. 사정은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살아남기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캡제미니 컨설팅의 공급 관리 책임자인 마틴 라브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로부터 납품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현상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비용을 신속하고 크게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 한파로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미 경영난에 직면한 중소기업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공급 계약을 단절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공급 사슬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런던의 컨설팅 업체인 데미카의 최고경영자 필립 커를은 "이미 공급 사슬의 말단에 위치한 기업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필수적인 납품업체까지 무너질 경우 공급 사슬 전체가 도미노처럼 쓰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얽힌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이미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급속하게 제품 공급을 줄인 데 따라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데미카의 조사에 따르면 핵심 공급 업체가 제품 대금 납입일까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답한 독일 기업은 55%를 기록했고, 영국 기업은 88%에 달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위기가 장기적으로는 업계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아 더 탄탄한 공급 사슬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BMW의 구매 담당 책임자인 헤르베르트 디에스는 "오히려 한계 기업들을 한 차례 정리하는 것이 업계 경쟁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경영자들은 몸집이 큰 납품업체일수록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한계기업들을 정리하는 과정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레딧 스위스(CS)의 기업 M&A 담당자인 켄 프리츠는 과잉 공급 문제를 지적하며 "유럽 납품업체의 20% 가량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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