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 볼 때,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등 강대국들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수면아래에서 우리나라가 원했던 의제들 상당수가 합의된 점을 볼 때 이번 G20 정상회담의 숨은 주역은 대한민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최근 끝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 이 같은 심정을 피력하며 우리나라도 '승리국' 가운데 하나라고 5일 밝혔다.
신제윤 차관보는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수행후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출연금 확대 등으로 혜택을 받게될 제3국가, 신흥국,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금융위기 패해를 많이 받았던 빈국들이 최대 수혜국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상회담 전에 열렸던 재무장관 회의에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각국의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이슈만 고집하면서 재정지출에 대한 합의는 얻어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미국을 설득해 재정지출 분야의 합의내용이 들어갔다다는 것.
그리고 '수사적'인 표현이나마 내년 말까지 각국이 5조 달러의 재정지출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 과정에서 '5조 달러' 규모는 IMF가 각국이 2009~2010년 사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출하는 재정의 규모를 추산한 수치로,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미국 측에서 부족하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또다른 고충에 빠졌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각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수치를 넣는 것이 좋겠다는 중재에 따라 합의문에 넣게됐다는 게 심 차관보의 설명이다.
신 차관보는 "IMF 출연금이 늘어나면서 국제사회에서 IMF의 역할이 다시 강조되고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도 하게됐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추진하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도 기금의 80%가 IMF와 연동되기 때문에 IMF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금융안정화포럼(FSF)을 확대개편해 만들어진 금융안정화이사회(FSB)는 국제사회의 금융위원회가 될 것이며 IMF와 많은 부분에서 공조해 금융규제를 해나가면서 국제사회의 금융안정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FSF의 회원이 됐고 이번 정상들간 합의로 FSB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한편, 신제윤 차관보는 ‘아시아 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를 활성하기 위해 선결 조건인 아시아 역내 채권 신용보증투자기금의 구체적인 규모가 확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가 제안한 ‘아시아 돈은 아시아에 투자하자’는 개념의 ABMI는 아시아기업들의 투자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다. 때문에 아시아기업들의 채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신용보증투자기구(CGIM)의 설립이 요구되어 왔다.
CGMI가 설립될 경우 ABMI를 통해 미국 국채에 쏠려 있는 각국의 외환보유고 투자처를 역내 금융권 및 기업들의 채권에 투자해 중장기적인 아시아의 금융시장 안정과 인프라 투자 등 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일본보다 국가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를 외면 받아 왔던 피해를 벗어나게 된다.
이번 韓·中·日+아세안 재무차관 회의에서 기타 아시아국가의 수출입 은행 CGIM 출연금 규모 등에 대해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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