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엽 양천구청장이 눈물을 흘렸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8급 공무원 안병철씨(38)가 공금 횡령이라는 대형 사건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안씨는 사회복지과에 재직하던 2005년 5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서울시 보조사업 지원금 26억원을 횡령했다.
그 것도 기초수급대상자에 주는 서울시 보조사업 지원금 신청시 지급대상자 수와 금액을 과다 신청, 수혜대상 주민에게 집행하고, 남은 잔액을 본인이나 가족명의 은행계좌에 인터넷 뱅킹해 인출·횡령한 사건이다.
서울시 자치구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오뚝이 구청장'으로 유명한 추재엽 양천구청장이 부하직원의 공금 횡령 사건으로 시련을 맞았다.
이로써 추재엽 양천구청장은 일단 구민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됐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든다’는 말처럼 양천구청과 추재엽 구청장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이다.
추 청장은 당장 50만 구민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했다.
추 청장은 “구민여러분에 대한 한없는 부끄러움과 죄송스런 마음 그리고 한편으로는 비장한 각오의 마음이 든다”고 사죄했다.
이어 “오늘 저의 마음은 너무도 답답하고 안타까우며 구민 여러분을 대하기가 심히 부끄럽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추 청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추 청장은 2002년 처음 민선 3기로 양천구청장에 당선돼 아주 열심히 일했지만 민선 4기 구청장 선거에서는 정치적 고향인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민선4기 처음 구청장에 당선된 사람이 선거법 위반으로 도중 탈락하자 무소속 간판을 달고 나와 당선되는 서울시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오뚝이 구청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추 구청장은 지역을 위해 뛰는 구청장으로 유명하다. 밤 11시 12시까지 수행원 없이 직접 지역 곳 곳을 다니며 체육시설이 망가진 것 없나, 쓰레기가 무단 방치된 것 없나를 챙기는 부지런한 구청장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구청 국.과장들이 구청장 건강을 걱정할 정도다.
양천구청 한 과장은 기자에게 “추 구청장께서는 무릎도 좋지 않은데 저녁 늦게까지 지역을 순찰해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다 추 구청장은 올들어서도 정책실명제 실시와 공무원들 해외연수 중단으로 2억여원을 마련, 일자리 창출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해 돋보이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하 직원 한 명이 구정물을 만들어 추 구청장으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민선 5기 지방선거를 한 해 앞두고 터진 악재가 추 구청장의 정치적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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