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따라 미등기임원도 주식 보유현황 공시
대신증권 부사장, 500억원대 주식 부자
일부 공시는 오류 발견..주의 필요
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숨겨졌던 주식 부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주요 상장사들의 미등기임원이 상당량의 자사주식을 보유, 자산가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주식보유 공개 보고 시한인 다음 달 3일까지 상장사 임원들의 주식 공개가 재계의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13일 한국거래소(KRX)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김영기 부사장이 9일 현재 자사주 1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헌성 전무는 445주, 김용석 상무는 1050주를 각각 소유했다. 이들은 모두 미등기임원으로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공시를 하게 됐다.
지난 4일 시행된 자본시장법 제173조에서는 자사주 보유현황 보고대상 임원의 범위가 종전 등기임원에서 임원으로 확대돼 미등기임원도 모두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법 부칙 27조 제1항에 따르면 한 달간 유예기간을 둬 다음 달 3일까지 미등기임원도 모두 자사주 보유내역을 공시하도록 했다.
는 4일 법 시행과 함께 즉시 미등기임원들의 자사주 내역을 공시했다. 이병빈 상무가 4000여주, 채충식 상무가 2만5000주를 각각 보유하는 등 총 7명의 미등기임원 주식 내역이 공개됐다.
채 상무는 9920원에 2만5000주를 취득해 약 2억5000만원이 들어간 셈이지만 현재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급락, 평가액이 큰 폭 낮아졌다.
은 미등기임원 10명을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자에 포함했다. 최대주주인 강신호 회장은 지난해 연말 기준 15명의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107만여주를 보유, 10.48%의 지분율을 기록했다. 이번 공시에서는 미등기임원 10명을 추가, 총 25명의 특별관계자가 10.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등도 미등기임원들의 주식 보유 상황을 공개했고 는 신종민 상무, 이충학 상무 등이 보고했다.
의 박철규 대표이사 전무, 김용흠 부사장, 허진 상무는 사이 좋게 120주씩 각각 보유했고 조재송 상무는 약 2000주를 보유, 주식 부자였다.
주요 기업 임원 중 성규식 삼성전자 상무는 10일 기준 보통주 2063주, 우선주 68주를 보유해 12일 종가로 환산하면 10억9384만원의 주식평가액을 기록했다. 이날 성 상무는 300주를 매도, 약 1억5000만원 정도를 주머니에 넣었다.
증권사의 미등기임원들도 주식을 공개했다. 고 양회문 회장의 아들인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은 소문대로 주식 부자였다. 대신증권 보통주 주식만 282만19주를 보유, 12일 종가(1만6050원) 기준으로 452억6130만4950원의 주식평가액을 기록했다. 리서치센터장인 구희진 상무도 대신증권 주식을 보유하는 등 미등기임원 상당수가 주식을 갖고 있었다.
11일에는 반도체의 미등기임원이, 12일에는 에쓰오일() 임원들이 각각 주식 보유량을 공개했다.
일부 상장사의 임원은 주식을 전량 팔아치우는 사례도 나왔다. 송경진 상무는 4일 기준 5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6일 모두 장내매도했다. 농심의 고재문 상무도 39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6일 전량을 장내에서 팔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량 보유한 주식의 경우, 다수 임원이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며 "괜히 몇 주 들고 있는 바람에 공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들끼리의 눈치보기도 예상된다. 3월3일이라는 시간상의 여유가 있어 타사는 물론, 같은 회사 내 다른 임원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지켜본 뒤 마감이 임박해 공시를 쏟아낼 가능성도 크다.
한편 자본시장법 시행과 동시에 시작된 보고 과정에서 오류도 눈에 띈다. 소유상황보고서 세부변동내역에서는 기본적으로 소유주식수와 함께 취득/처분 단가를 기재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일부 공시에는 개별 주식 단가가 아닌 총 취득단가를 기재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면 정정공시가 쏟아질 수 있다"며 "자칫하면 투자자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공시 발표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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