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① '불안하고 도전적인 삶을 살고 싶다'(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영화는 모든 배우의 이상입니다. 연극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 연극에 한쪽 발만 담그고 있기 때문에 순수하다고 할 수도 없어요. 드라마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영화, 연극, 드라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장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온 조재현의 답변이다. 조재현은 '연극열전2'의 제작자이자 기획자이며 출연배우로 뛰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상태다. '배고픈 문화사업'으로 인식돼 있던 연극에 제작자로 뛰어들어 흑자사업을 이뤄낸 그이기에 연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기대했건만 답변은 뜻밖이었다. 그렇다고 연극에 대한 애정이 오로지 연극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보다 작아 보이지는 않았다. 연극은 그에게 "첫사랑처럼 설레고, 어머니처럼 안아주고, 친구처럼 곁에 있는 존재"다. 그러한 열정이 담겨 있는 것이 '연극열전2'의 작품들이다. 최근 그가 출연 중인 '민들레 바람 되어'는 연일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극장 공연이기에 표를 구하기는 더욱 힘들다. 부지런히 표를 구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관객 중에는 20~3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꽤 보인다. '연극열전2'의 힘이다. 조재현은 적자를 면치 못한 '연극열전'을 이어받아 제작자로 나서 흑자로 돌려놓았다. 스타 배우에 의지한 결과라는 혹자의 비아냥에는 "스타라고는 한채영이나 고수밖에 더 있냐"며 웃는다. 그의 말처럼 나문희나 이순재는 원래 연극배우 출신이 아니던가. 황정민 역시 연극무대에서 출발한 배우다. "기름값밖에 안 받고 출연하는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장님'이자 '배우님'으로 대학로를 종횡무진 뛰면서도 조재현은 영화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5일 개봉하는 '마린보이'가 그의 새 영화다. 전직 수영선수가 마약운반을 맡게 된다는 내용의 누아르 스릴러 '마린보이'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부산 암흑가의 마약 사업가 강사장이다. "제의가 들어온 건 촬영 들어가기 1년 전이었습니다. 강사장 역할이 마음에 들어 계속 기다렸죠. '마린보이'는 흥행과는 상관 없이 욕심이 났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도 잘 나온 것 같아요. 오랜만에 흥행도 기대됩니다." '마린보이'의 강사장 역할은 조재현의 무르익은 연기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누아르 영화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이지만, '겉멋'은 최대한 배제했다. "감독과 가장 먼저 이야기했던 건 강사장을 멋있게 그리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멋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멋있게 만들지 말자는 데 감독과 동의했어요." 현장에서 감독만큼 입김이 센 배우라는 소문이 있는데 감독과의 충돌은 없었을까? 조재현은 우선 '소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신인감독보다는 베테랑 배우가 경험이 많은 건 당연합니다. 배우가 봤을 때는 신인감독이 빤히 보이는 실수를 고집할 때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저도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감독을 굉장히 괴롭힙니다. 특히 신인감독에겐 '난 당신 안 믿는다'고 말합니다. 그 말은 절 설득하라는 의미로 하는 겁니다. 그러나 일단 감독이 절 설득하기만 하면 촬영장에서는 절대 간섭하지 않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죠." 40대 중반의 조재현은 여전히 30대 청년으로 보였다. 조재현 자신도 "몸이 변하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마흔이 되도, 예순이 되도, 마흔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서 안정을 찾고 안주하지 않겠다는 거죠. 늘 불안해 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조재현이 배우로서 지닌 이팔청춘의 생명력을 '마린보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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