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역습…물류 이동 통한 국내 유입도
날씨 따뜻해지면서 빠른 부화와 생장
"외래종 흰개미만 문제아냐, 목조문화재 위험"
도심 곳곳에서 하루살이 떼와 혹파리, 외래종 흰개미 등 벌레가 대규모 출현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 동부·경기 남부에서는 동양하루살이 수만 마리가 기승을 부렸다. 지난 18일 KT위즈와 LG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가 있었던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도 대규모 하루살이 떼의 출몰 목격담이 이어졌다.
하루살이는 해충은 아니다. 2급수 이상 수질에서 서식하는 수서곤충으로, 입이 퇴화해서 물지 못하기 때문에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하지만 날개를 폈을 때 길이가 4~5㎝에 달하는 데다 대규모로 출몰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체가 쌓이면서 악취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뚜렷한 방역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하루살이 떼 출현 지역인 한강 유역은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하기 어렵다.
양영철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과 겸임교수는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6월이 지나면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한강 유역, 북한강 지류가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보니 인위적인 방역으로 동양하루살이를 없애기는 쉽진 않다. 천적들을 많이 살게 하는 등 환경을 개선해 개체 수 조절을 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날벌레 대규모 출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는 등 평년보다 이르게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곤충의 부화와 생장을 도왔다는 것이다.
인천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창궐하고 있는 혹파리 떼도 마찬가지다. 가구의 원재료 등에 알이나 유충 상태로 머무르다가 성충이 되면 가구 사이의 틈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빠른 부화와 생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혹파리 역시 질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1㎜ 정도로 크기가 매우 작아 음식물이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갈 수 있다. 해당 아파트 집안 곳곳에서 혹파리의 알과 애벌레도 다수 발견되고 있는데,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로 지목받는 것은 최근 서울 강남과 충남 아산 등지에서 발견된 흰개미다. 흰개미는 목재를 갉아 먹어 일명 '목조주택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환경부는 흰개미 출현의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 유관기관과 함께 공동조사에 나섰다.
이번에 서울 강남에서 발견된 개체는 외래종인 '마른나무흰개미'로 조사됐는데, 사실 외래종 흰개미만이 문제는 아니다. 1998년 국내 서식하던 흰개미가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소장돼있던 팔만대장경 경판을 갉아 먹어 문화재청이 흰개미 방제에 나서기도 했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 주택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크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강남에서는 봉은사, 사찰이 있지 않나. 여기에 흰개미가 유입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흰개미의 정확한 유입 경로는 밝혀진 바가 없지만, 물류 이동 등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양 교수는 "비슷한 예로 붉은불개미도 논란됐었는데 해외 컨테이너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검역과 방역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붉은불개미에 쏘이면 불에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가려움증을 느끼며, 심하면 어지러움 등 과민성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 2017~2018년 부산항과 인천항에서 발견된 이후 해마다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옥천 물류창고와 부산항, 평택항 등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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