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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팔의 42299…정부선정 유망직업 '타투'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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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코드 있고 세금 내는데 불법?"
타투는 현행법상 불법, 근거는 의료법

'42299'.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타투이스트의 직업코드다.


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 숫자를 팔에 새겼다. 류 의원은 2년 전 국회 앞마당에서 등 파인 드레스를 입고 타투 입법을 외치며 파격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땐 떼면 제거가 가능한 타투 스티커였지만, 이번엔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에게 실제 타투 시술을 받았다. 류 의원은 그만큼 타투 합법화에 '진심'이다.


류 의원의 파격 시위는 세간의 화제가 됐지만, 타투 합법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류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행정은 타투, 반영구화장 노동자에게 '42299' 직업분류코드를 부여하지만, 대한민국 사법은 타투노동자의 노동이 범죄라 판단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입법은 시민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그저 방치한다"며 타투 관련 입법 논의를 촉구했다.


타투 시술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처벌 근거는 의료법 제27조 1항에 따른 것인데, 이 조항은 명확히 말하면 타투를 금하는 조항은 아니다.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류호정 팔의 42299…정부선정 유망직업 '타투' 사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타투이스트의 직업분류코드인 '42299'를 팔에 새겼다. [이미지출처=류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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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타투 합법화의 관건은 '타투를 의료행위로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의료계와 타투 업계는 이 논제를 두고 다툰다.


의료계는 "염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감염과 부작용 등이 초래될 수 있고, 문신 시술에 한정된 의학적 지식만으로 의료인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타투 업계는 "과거와 달리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했고, 감염 등 부작용 우려는 타투를 양성화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한다. 2020년 타투유니온은 녹색병원과 함께 '타투를 위한 위생 및 감염관리 가이드'를 만들고 감염·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타투를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첫 판례는 1992년에 있었다. 그해 대법원이 타투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타투는 30년째 불법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의료행위에 문신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냈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색소 주입 시술 방식이 위험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현행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류호정 팔의 42299…정부선정 유망직업 '타투' 사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021년 6월 16일 국회에서 타투인들과 함께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행정상 판단은 다르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정부 육성 신직업으로 '문신 아티스트'를 꼽았고, 2019년 국세청이 업종분류 코드에 문신 서비스(930925)를 추가하면서 타투이스트들은 '문신업'으로 사업자등록이 가능해졌다. 세금 징수 대상이기도 하다. 타투이스트들은 행정부의 판단과 사법부의 판례 사이 모순의 경계에 서 있는 셈이다.


관련 입법도 제자리걸음이다. 류 의원의 '타투업법'을 비롯해 문신사법(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영구화장 문신사법'(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등 여러 이름으로 발의가 돼왔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2021년 12월 정부는 '미래 유망 신직업 발굴 및 활성화 방안'에서 '문신 아티스트'를 중장기검토 과제로 분류했다. 추진 실효성은 있으나 의료업계와 문신 업계의 갈등 등으로 후속 조치 진행이 지연되고 있으므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해 국회입법조사처도 '문신 등 신체 예술 관련 미국의 법제도 현황과 시사점'이란 연구보고서를 내고 "문신 등 시술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의 제도적 공백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등 우리 사회 전반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신 시술 양성화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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