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휴대전화 확보 목적만 있었고, 독직폭행 미필적 고의 없었다"
정진웅 "검찰과 1심 재판부가 오해하신 부분 바로잡혀 감사"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휴대전화 유심칩을 확보하던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차장검사)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1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 한기수 남우현)는 정 연구위원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신체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다거나, 이를 행사하려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까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과 달리 정 연구위원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영장의 압수 대상은 피해자가 새로 취득해 사용한 유심칩,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관련 백업파일 중 대화 내용, 문자메시지, 첨부파일 일체였다"며 "(안면인식 방법으로 잠금 해제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피해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려는 듯한 행동을 취하자 피고인은 관련 자료를 삭제하려는 것으로 생각하며 '이러시면 안 된다'고 옆으로 다가갔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가 반대편으로 휴대전화를 든 손을 뻗었고, 피고인은 역시 몸을 기울이면서 손을 뻗었다"며 "피고인과 (소파에 앉아있던) 피해자는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뒤 몸이 포개졌고,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확보한 직후 바로 분리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 연구위원에겐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을 위해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는 목적만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독직폭행의 고의에 관해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지만, 당시 집무집행이 정당했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피고인이 다시금 복귀하더라도 이 사건 영장집행 과정에서 행동에 부족했던 부분과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아픔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진지하게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과 1심 재판부가 오해하셨던 부분을 항소심 재판부에서 바로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독직폭행 상해죄까지 인정해달라며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 연구위원은 2020년 7월2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로 근무하면서, 이른바 '채널A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한 장관(당시 검사장)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독직폭행이란 검사 또는 경찰관 등이 수사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피의자 등을 체포 또는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 과정에서 재생된 사건 직후 영상엔 한 장관이 "(휴대전화를) 보여주지 않았나!"라고 소리치자 정 연구위원이 "확인하게 달라고 했는데 안 줬다. 열고 들어가 조작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반박하는 장면이 담겼다. 한 장관이 "변호사한테 전화한다고 하지 않았나. 전화하려면 (손으로 잠금 화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정 연구위원은 "원래 페이스아이디(안면인식 잠금 기능) 이용하시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심은 정 연구위원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관적 판단 하에 폭행했다"며 "단순히 휴대전화를 뺏으려는 의사만 있는 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하려는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정 연구위원의 독직폭행으로 한 장관이 상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이 아닌 일반 독직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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