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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586 운동권 정치인은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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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경제금융 에디터

[시시비비] 586 운동권 정치인은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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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패했다. 선거 막판에 이르기도 훨씬 전에 이미 민주당이 대패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어서였는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투표일 1주일 전,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때 용퇴 선언이 있었지만 은퇴를 밝힌 분은 김영춘, 김부겸, 최재성 정도"라며 "선거에서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고, 이제 그 역할을 거의 완수했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 같은 지역구 4선 이상 출마도 약속대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핵심지지층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586 운동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차고 넘친다. 관련 서적만 찾아봐도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이렇게 비판이 많은 적이 있었나 싶다. '386 OUT: 386을 죽여야 청년이 산다'(김대호) '86세대의 민주주의: 민주화운동과 주사파 권력의 기원'(민경우) '조국의 종말, 그 이후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 MZ세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혜려휘) '싸가지 없는 정치: 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강준만) '깨어나라 대한민국: 주체사상에 현혹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정동섭) 등등.


586 운동권 정치인들은 왜 이렇게 욕을 먹는 걸까. 문재인 정부 초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실패가 예정된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은 역시 586 운동권 출신 학자들과 환경운동단체들이 추진한 것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지만, 586 운동권으로 대표되지는 않았다.


결정적 계기는 조국과 윤미향 사건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잘못한 일이라도 자기 편이라고 옹호하려는 '진영논리'와 '내로남불'은 국민들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윤미향 사건을 통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시민단체 지원에 쓰이고 회계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


586 운동권들이 선호하는 마을 공동체, 지역 재생, 주민 참여 등의 사업들이 그런 식이다. '내 세금을 정말 쓸데없는 데 쓰고 있구나. 자기 편 단체한테 위탁 운영시켜 인건비를 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경제적 이해관계로 엮어 확실히 민주당 편으로 묶어놔야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이 된다"는 얘기도 들렸다.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파기는 586 운동권들의 국제정치질서 인식이 한참이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음을 보여줬다.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도 하기 싫어했지만 한미일 동맹을 강고히 해야 했던 오바마 정부가 여러 노력 끝에 한국과 일본에 손을 맞잡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미국의 중국 견제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한일의 국가간 합의를 파기하고 '죽창가'나 올리면서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부추겼다.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도 친러시아적인 표현을 쓰고, 오히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자유민주 진영과 전체주의 진영 간 갈등이 커져가고, 이전과 같은 세계화의 시대가 이제 끝나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시대착오적인 반일 대 친일, 민주 대 반민주, 진보 대 보수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편가르기하는 세력들(이 글에서는 이들을 586 운동권 정치인이라고 칭한다. 물론 훌륭한 586 운동권도 있다)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도 살아난다.


젊은 시절 거리에서 "독재정권 물러가라"고 외쳤던 그들에게 이제 똑같은 말을 돌려주고 싶다. "586 운동권 정치인은 물러가라."



P. S. 물론 그들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독재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선거를 통해서든, 아니면 여론전 등 또다른 무엇을 통해서든 몰아내야 할 뿐이다. 그들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이 말을 여기 남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기득권이란 면에서) 그들은 독재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재형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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