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8人 진단] 공감대 없이 일방·명령형 정책
후진적 의료시스템 민낯 드러나
정부 선언한다고 엔데믹 안와
새 감염병 선제 대응책 필요
코로나19 방역정책이 급격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18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여 만에 해제된 데 이어 25일부터 영화관, 실내스포츠 관람장 등은 물론 기차나 국내선 비행기 등 대중교통에서의 음식물 섭취도 전면 허용된다. 이날부터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돼 4주 후부터는 확진자의 격리 의무도 없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포함한 정부의 일상회복 추진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가올 재유행과 또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전문적이고 일관성 있는 방역정책을 주도할 콘트롤타워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을 평가한다면.
▶김우주=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누적 확진자 100만명 미만으로 선방했다고 봤는데, 올해 오미크론 대유행기에 방역조치는 거꾸로 완화되면서 17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된 경우 외에 초과 사망까지 고려하면 사망자는 4만~5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쟁에도 작전계획이 있듯 2년 넘도록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계획이 없다는 건 낙제점이다.
▶마상혁= 원칙 없는 거리두기 정책, 마스크 쓰기 등 앞뒤 안 맞는 정책이 많았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전에 일방적이고 명령형으로 정책이 나왔다. 시행착오가 있을 순 있지만 준비단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과가 나쁜데도 정부는 잘했다고만 주장한다.
-곧 마스크를 벗고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이 도래한다는데.
▶백순영= 이제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영향이 없다고 본다. 집회, 시위 등 많은 사람이 장기간 마스크를 벗거나 음식을 나눠먹는 상황 등에서만 예외적으로 의무화하면 된다. 다만 지금의 마스크 논의에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자칫 방역이 해이해질까 염려된다. 정부가 ‘아직 완전히 유행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도 같이 내는 게 좋겠다.
▶정기석= 정부는 엔데믹을 선언하고 싶겠지만 아직 멀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더라도 백신과 치료제로 상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야 하고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스스로 약화되고 물러서는 시점이 엔데믹이지 정부가 선언한다고 엔데믹이 오지는 않는다.
-올가을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있고, 또 다른 감염병 우려도 나온다.
▶정기석= 올가을, 겨울 중에 유행은 반드시 온다.
▶천은미= 남아서 버리더라도 치료제를 충분히 구매하고 다른 국가처럼 12세부터도 처방했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다. 다음 재유행을 대비하는 데 있어서는 이런 시스템 자체가 세밀하게 개선돼야 한다.
-코로나19 2년3개월간 어떤 교훈을 얻었나.
▶염호기=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최고다 자랑해 왔는데 막상 감염병이 닥치니 그 이면에는 감염관리, 의료시스템이 후진적이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민낯이 드러났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훌륭하고 시스템을 받쳐주는 체력은 형편없었다. 중환자가 1000명이 넘어가니 입원할 병원이 없어 중환자실을 급조해 만들고, 병실은 있는데 의료장비, 의료인력이 없어 중환자실로서의 기능을 전혀 못 했다. 코로나19는 우리 의료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에 대한 답을 알려줬다.
▶최재욱= 거리두기 강화로 피해가 오기 전에 미리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의료체계를 강화하며, 백신 개발 민간기업들을 지원하고 국가 방역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엄중식= 코로나는 엔데믹으로 흘러가거나 계절성 유행병이 될 수 있고, 여기에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해 또 유행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일상회복이라는 용어를 쓰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코로나 발생 초반부터 전문가들은 누누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제 우리는 개인이든, 지역사회든, 국가든 앞으로 이런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더라도 통상적인 사회활동, 경제활동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이야기해야 한다. 사람들이 대면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환경, 매번 손씻기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등을 연구하고 투자하는 방식으로 새 감염병에 대응해야 한다.
▶천은미= 새 감염병에 대응한 치료제, 백신 등을 선제적으로 구비하고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자체 개발하면 좋겠지만 안 되면 협력해서 카피약을 빠르게 생산하고 일부는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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