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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민주묘지인가"...오월어머니도 막힌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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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진정한 사죄 없이 참배 허용 못해"

"당신들이 뭔데 막냐"…5·18회원도 반발

임근단 여사도 민주의 문 앞에서 가로 막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아들을 잃은 오월어머니도 시민단체에 막힌 민주의 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누구를 위한 민주묘지인가"...오월어머니도 막힌 참배 특전사동지회와 일부 5·18단체가 3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시민단체에 가로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사진=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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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낮 11시 30분께 시민단체가 참배하러 온 ㈔특전사동지회의 방문을 막아서면서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앞서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특전사회와 함께 3일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영령들을 기리고 사죄와 참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1일 밝혔다.


이에 1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오월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부터 대규모 참배 저지를 예고하면서 충돌이 예고됐고, 안전을 위해 경찰 병력 수십 명도 배치됐다.


대책위는 "지난 2월 19일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회의 '대국민공동선언'이란 정치쇼를 펼치며 기습적으로 민주묘지를 짓밟았다"면서 "기만적인 대국민 공동선언 폐기와 광주·전남 시·도민에게 진실한 사죄 없는 특전사동지회의 민주묘지 참배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책위가 이날 특전사회의 참배를 막기 위해 동행한 오월어머니 중 하나인 임금단 어머니까지 같이 막아서면서 흥분한 5·18 회원과 대책위 간 몸싸움까지 발생했다.


임근단 여사는 5·18민주화운동의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씨의 어머니다. 김씨는 처남이 영암에 간다기에 배웅을 하러 가던 중 7공수여단의 무차별 살육 작전에 휘말렸다.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상황을 알 수 없던 김씨는 연행된 직후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부상자·공로자·특전사회 진영에서는 '당신들이 뭔데 민주의 문을 막냐', '아드님이 여기 묻혀계신 데 참배를 막는 것이 말이나 되냐', '1980년 5월에 잃은 가족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 막지 말아달라'는 등을 주장했고 대책위 측에서는 '오월 어머니를 앞세워서 분탕질이냐', '오월 어머니 아버님 그냥 가세요 뭐 덜라고 그래'라며 맞섰다.


두 단체가 충돌하고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자 경찰은 곧장 '인간벽'을 세우고 두 단체를 분리했다. 임성록 특전사회 광주지부 고문은 막아선 기동대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완강했던 양측의 대립은 1시간 가까이 이어지다가 5월 단체와 특전사회가 한발 물러나면서 정리됐다. 일부 회원들은 민주의 문밖에서 묵념하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하기도 했다.


임 여사는 "지난 세월 동안 그 누구도 우리한테 용서를 빈 사람이 없고, 맺힌 눈물을 닦아준 사람도 없었다"며 "이제 특전사가 먼 곳에서 와서 사죄한다고 하는데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는 것이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번에도 참배하지 못한 임성록 특전사회 광주지부 고문은 "저희는 가해자다. 43년 동안 어머니께서 흘린 눈물을 최근에서야 닦아드리고 진정으로 사죄드리려고 왔다"면서 "참배하는 방법과 사죄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그대로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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