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당선 최선 가치로 여긴 이재명…" '책임론' 분출
친명계 "李 말고, 당 이끌 사람 누가 있냐" 반발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6·1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재명 의원을 향해 비판과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일부 측근들은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등 계파 간 갈등으로 격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지선에서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권(광주·전남·전북)과 제주, 경기 등 5곳에서만 승리하며 지방 권력 대부분을 국민의힘에 내줬다. 지선과 함께 전국 7개 지역구에서 치러졌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은 2곳에서만 승리했다. 이 중 한 곳이 이 의원이 당선된 인천 계양 을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원래 보유하던 지역구 4곳에 더해 민주당 지역구 한 곳을 빼앗아 총 5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이 참패함에 따라 당내에선 '당은 죽고, 이재명만 살았다'는 비판이 일제히 쏟아졌다.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선을 치르다 또 패배했다.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두었다"며 이 의원을 직격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 의원의 승리에 대해 "상처뿐인 영광! 축하한다"고 칭하면서 "(이 의원은)항간에서 얘기하듯 본인의 당선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고 계양으로 '도망'갔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대선 시즌 2다. 사욕과 선동으로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했고, 윤영찬 의원은 "우리는 낭떠러지를 향해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같았다. '졌잘싸'로 대선 패배의 민심을 오판하고 호도한 채 패자가 승자처럼 행동한 데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 의원이 8월에 예정된 전당대회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이에 대한 당내 기류도 부정적이다. 박용진 의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혁신 주체인지, 쇄신 대상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당 대표로 나오는 것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 판에 대한 일정한 조율 정도, 숙고의 시간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이번 선거에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하는데, 당초 출마 명분이었던 전국적 지원은 전혀 못 했고 오히려 자기가 발목이 잡혔다. 깔끔하게 전당대회에 출마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이 의원 측근 일부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 의원 비호에 나섰다. 문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책임? 그만들 좀 하시죠"라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오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하셨다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취임 23일 만에 치르는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성호 의원은 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당을 개혁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이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 이 의원이 당권을 잡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당 일각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고 있다"며 "지선 대패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누구 하나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한편, 대선 패배 후 꾸려진 비대위가 지선 패배를 책임지고 2일 총사퇴하면서 민주당은 80여 일 만에 또다시 '지도부 공백' 상태를 맞게 됐다. 민주당은 우선 박홍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당을 이끌며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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