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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신돈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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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신돈의 맹세 (사진=SBS 드라마 '대풍수' 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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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네가 일찍이 말하기를 여자를 가까이해도 사통하는게 아니라고 하더니 이제 자식까지 낳았다는데 이것이 맹세에 있었느냐? 또한 도성 안에 저택이 7채나 있다는데 이런 것도 맹세에 있었더냐!"


고려말 공민왕의 개혁정치 선두에 섰던 정객, 신돈(辛旽)을 숙청하면서 공민왕이 그에게 했다는 일갈이다. 고려사 반역열전 신돈 편에 나온 이 공민왕의 외침은 그가 신돈에게 느꼈던 인간적인 실망감이 그대로 노출돼있다. 여기서 맹세란 신돈이 처음 등용될 때 공민왕에게 선언했던 맹세를 의미한다. 정확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지만, 공민왕이 그에게 절대적 믿음을 보내주는 대신 그는 권력에 취하지 않고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런 공민왕의 믿음을 신돈은 여지없이 저버렸다. 공민왕은 신돈에게 개혁을 맡긴 5년6개월이란 시간동안 수많은 참소 속에서도 그를 믿고 지켜줬지만 신돈은 전권을 쥔 2년 만에 타락해가기 시작했다. 떠돌이 중 출신이라 가정도 없고 정계에 얽힌 인맥도 전혀 없기에 개혁을 완수할 최적의 인물이라 여겨 전권을 줬지만 권력은 그를 빠르게 변화시켰다.


집권 초기만 해도 권문세족들의 주색잡기와 부정부패를 일소한다며 술을 입에 대지도 않던 신돈은 어느새 권문세족들보다 더 부패한 정계 거물로 변해버렸다. 7채의 저택마다 세운 거대한 창고에는 뇌물로 들어온 재물이 산처럼 쌓였고, 매일 수백명의 기생들을 불러 문란한 연회를 열었다. 그의 측근들이 일으킨 부정부패 스캔들도 점점 늘어만 갔다. 이런 모습에 실망한 민심은 그에게 등을 돌렸지만, 공민왕 만은 끝까지 그를 믿어주고 개혁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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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강력한 믿음을 등에 업은 신돈은 자중하지 않고 개혁을 빙자해 자기 정치세력 확장에만 전념했다. 개경의 풍수가 안 좋다며 자신의 세력기반이 많은 충주로 천도해야 한다 주장하고, 지방 전체 재정을 감시할 사심관(事審官)이란 자리를 만들고 자신이 사심관이 되겠다며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는 개혁의 주체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변하고 말았다. 결국 신돈을 굳게 믿었던 공민왕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쳐내야만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6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신돈의 맹세는 초심을 잃고 권력에 취해 몰락한 개혁가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지만, 그의 실패를 답습하려는 정객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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