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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나이듦에 기대…조금 더 나은 사람 되고싶은 '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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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나' 役 박지연 "상황 다르지만 내 이야기 같아"
영국 대저택 맨덜리, 우리네 삶 한 단면을 집약한 공간 아닐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뮤지컬 '레베카'에서 사건은 영국의 대저택 맨덜리에서 벌어진다. 극의 여주인공 '나'는 레베카에서 유일하게 맨덜리가 익숙치 않다. '나'는 맨덜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여럿 만나고 시련을 겪는다. 레베카에서 '나'로 출연 중인 배우 박지연을 만난 뒤 맨덜리 저택은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집약해놓은 공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박지연은 "단순하게 보면 '나'가 맨덜리 저택에 들어가서 맨덜리 저택에서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어떤 누군가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한 호텔에서 영국 신사 '막심 드 윈터'를 만난다. 둘은 첫 눈에 반해 결혼한다. 맨덜리는 막심이 소유한 영국의 대저택. 맨덜리의 안주인이 되다니…. '나'는 황홀경에 빠져 맨덜리로 향한다. 막심만 있으면 된다고 믿으며. 하지만 맨덜리의 여러 인물들은 옛 안주인 레베카를 잊지 못 하고 있다. 특히 집사 댄버스 부인은 맨덜리는 영원히 레베카의 것이라고 믿는다. 당연히 '나'를 안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댄버스 부인이 죽은 레베카에게 보이는 광적인 집착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심지어 막심 조차 사랑했던 아내 레베카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꿈꿨던 황홀경은 순식간에 깨지고 '나'는 처절한 외로움 속에 고립된다.


박지연은 과거의 자신이 '나'처럼 다른 사람에게 많이 의지했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박지연이 20대 후반에 한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30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과거 인터뷰 내용에 관해 질문하면 기억하지 못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박지연은 30대가 기대된다고 했던 인터뷰가 정확히 기억난다고 했다.


"항상 갖고있는 생각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때 저의 모습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20대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이 너무 좋다. 지금도 부족하지만 20대에는 훨씬 더 미성숙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고 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연약한 존재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지금은 조금 더 나아진 저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 같다."

[On Stage] 나이듦에 기대…조금 더 나은 사람 되고싶은 '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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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른둘. 2010년 맘마미아의 '소피'로 데뷔해 30대 초반에 대작 뮤지컬 레베카의 주역을 꿰찼으니 뮤지컬 배우로서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 20대 때가 부끄럽다고만은 할 수 없을듯 했다. 박지연도 뮤지컬 배우로서 너무 감사한 일이 많았다고 인정했다.


"어렸을 때는 마냥 좋아서 했다면 지금은 책임감도 생기고 시각도 많이 넓어진 것 같다. 나이드는 것에 계속 기대가 된다. 좀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변하는 내 모습이 좋다. 이제는 조금 더 내 생각이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레베카의 '나'가 그렇다. 막심만 믿고 맨덜리에 발을 들였다가 이내 냉혹한 현실을 체감한 뒤 변해간다. '나'는 점점 여물고 단단해지면서 댄버스 부인에 맞서고, 아내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막심에게도 힘을 주는 캐릭터로 성장한다. 박지연은 레베카에 대해 "'나'가 계속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영향을 받고 결국에는 성장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베카를 통해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댄버스 부인이 하는 사랑도 있고 '나'가 하는 사랑도 있는데 무엇이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나'가 하는 사랑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를 연기하면서 이 공연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댄버스 부인이 아무리 '나'를 괴롭혀도 '나'의 감정이 댄버스를 향한 단순한 분노로만 표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나' 안에 인간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이기적이 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나에게 큰 배움이 됐다.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그런 의미에서 레베카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막상 30대가 된 박지연의 삶은 그가 기대한 대로였을까?


"누구나 기대한대로 사는 것은 아니니까. '매일매일을 살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문제들이 한 번에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날 때마다 계속 고민하면서 살아야 된다. 결국 순간순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거야'라고 생각해도 바라는대로 행복하게 살기는 쉽지 않다. 매일매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의 문제다. 서른 살이 되면 이렇게 변해있겠지라고 기대한 부분이 있는데 된 것도 안 된 것도 있다. 결국에 지금 내가 어떻게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On Stage] 나이듦에 기대…조금 더 나은 사람 되고싶은 '나' 이야기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가 1938년에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화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은 소설을 바탕으로 1940년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다. 히치콕이 미국으로 건너가 처음으로 만든 영화였다. 히치콕은 자메이카 여인숙(1939년), 새(1963년)까지 듀 모리에의 소설 세 편을 영화로 만들었다. 레베카는 히치콕 영화 중 유일하게 아카데미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1941년 작품상과 촬영상을 받았다. 또 1951년 제1회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독일의 뮤지컬 작가 미하일 쿤체는 헝가리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함께 2006년 뮤지컬로 제작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했다.


이미 검증이 된 대작. 박지연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더 큰 매력을 느꼈다. "무섭고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만 떠올렸지, 드라마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표현됐을 때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 레베카를 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박지연이라는 사람의 인생에서도 생각만 해도 나를 경직되게 만드는, 수많은 댄버스들이 있었고 또 레베카도 있었다. 베아트리체나 프랭크처럼 괜찮다라며 든든하게 힘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막심에게 쏟아붓는 것과 같은 사랑도 해봤다. 상황은 다르지만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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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경력을 감안하면 박지연이 출연한 작품 수는 많지 않다. 그는 "한 작품에 집중하는 편이다. 지방 공연도 있어 6월까지 레베카 공연에 집중할 계획"라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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